혼자라서 더 완전한 경험
한 달간 매일 매일 다른 주제로 써내려가는 에세이.
터무니없는 단어를 받았다.
생각이 많은 나는 분명히 할 이야기가 많을 테니 잘 쓰지는 못해도 못 써낼 글감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뭉쳐지지 않는 반죽처럼 혼자라는 단어에서 파생되는 숱한 단어들 중, 안 좋은 쪽으로 향하는 내용들은 다음 이파리를 위해 솎아내었다.
혼자 경험한 것 중 가장 귀한 날이 남았다.
주 6일을 출근하던 회사에 다닐 때에, 단 하루 있는 휴일에 혼자 끝내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그 영화의 OST를 들으며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까지 낯선 동네를 걸어 다닌 날이 있다. 넓은 인도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인도 옆 8차선 도로는 차로 가득해 자주 클락션 소리가 울렸다. 늦봄에서 초여름 무렵의 선선한 공기, 대도심에서 물고기처럼 유유히 걷는 기분은 생각보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영화의 좋았던 부분을 곱씹으며 깨끗한 하늘을 쳐다보는 일은 혼자일 때가 가장 좋다.
누군가와 그 영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다른 생각을 들으며 뜻밖에 좋은 부분도 발견할 수 있겠으나, 혼자서 곱씹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이라이트는 반복해서 보고 싶듯이 쉽게 휘발되지 않도록 정말 좋은 영화나 좋은 책은 혼자 보고 싶다.
또 하나의 기억은 집으로 가는 표를 예매 못한 어느 명절, 텅텅 빈 온 마을을 누비고 다닌 그 연휴가 정말 좋았다. 아무도 없는 널찍한 도로와 탁 트인 산책로에서 내 시선이 닿는 그 어디에도 아무도 없었다. 가끔 차가 두어 대 지나갔으나, 이미 게임 속 NPC처럼 느껴질 무렵이라 왠지 모르게 시원한 해방감이 들었다. 크게 흥얼거리다 급기야 산책로를 걸으며 노래를 부르고, 아무도 잡지 않아 바글바글한 포켓몬들을 잡았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체육관들을 점령했고, 지하철역 몇 개를 관통하는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후줄근한 홈웨어를 입고 나가 아무에게도 길을 비키지 않고, 걸으며 앞뒤를 살피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