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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플 Dec 19. 2021

자가격리에 대처하는 마음의 자세--격리 1일 차

코로나 시대, 캐나다인의 한국 방문기

(Imaged by Jungyeon from Pixabay)

11월 초 한국 방문을 결정하면서, 한국에서 반년 정도 머물 계획이어서 살고 있던 집을 정리하기로 하고 그때는 12월 초에는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사 일정을 잡았는데 비자받는 것이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 11월 말에 겨우 비자를 신청하고 한국 갈 일정도 잡지 못한 채로 살림살이는 대여 창고에 넣고 집을 비워주고 한국에 오기 위해 싸 놓은 여행가방만 들고 나와서 2주 동안 이곳저곳을 전전했다. 출근을 해야 했던 기간 동안에는 직장 근처 호텔에서 닷새 간을 묵었다.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이어서 밥도 사 먹으면서 지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또 호텔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호캉스 온 셈 치고 자고 먹고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잘 놀아 보기로 했다.


호캉스를 시작하기 전에 자가 격리자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자가 격리 장소를 부산 집으로 등록을 해서 자가 격리 앱에는 부산 관할 보건소와 담당자가 뜨는데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자가 격리 장소가 바뀌었다고 알려줄 수 있을 텐데 연락도 오지 않아서 성질 급하고 친절한 내가 전화해서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호텔 전화로 부산 보건소에 전화를 하니까 담당자는 오늘 일을 안 한다고 했다. 에고 에고 그러고 보니 오늘 토요일이다.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들을 하는 모양이었다. 내 이름이 명단에 없다고 해서 그럼 서울로 관할지가 바뀌었나 보다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조금 후에 앱에 담당자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아니 이건 왠 일? 담당자가 오늘 안 와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나 싶어서 바뀐 담당자 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이번에는 자동응답만 나오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 전화해보았지만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입국 후 1일 이내에 보건소에 가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격리 수칙이 나와 있는데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면 내가 알아서 가면 되겠지만, 관할 보건소가 부산으로 나오니 어느 보건소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호텔 프런트에 물어보니 호텔에서 보건소까지 데려가 준다며 보건소 가야 할 시간이 되면 알려주겠다는데 오후가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내 성질이 급해서 못 기다려서 전화를 해대는 거지 기다리면 될 일이지 싶어서 성질을 좀 죽이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오후 1시 반쯤 호텔에서 보건소에 진단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연락이 와서 내려갈 준비를 하는데 부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해서 내가 자가 격리 호텔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내 전화번호를 받아서 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묵고 있는 호텔의 주소를 물어보고 그 관할 보건소로 넘겨주겠다고 했다. 확진자가 많아서 연락이 늦어졌다고 했다. 그래 내가 성질이 급한 거지..

로비로 내려가서 큐알 코드로 보건소의 진단검사 문답지를 작성해서 보내 놓고 기다리니까 수송 차량이 와서 타고 보건소로 향했다. 오후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차를 타고 가는 동안이 눈발이 굵어지면서 도로는 차들의 속도가 늘어지면서 길이 막히기 시작해서 보건소까지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 번도 와 본 적은 없지만 어딘지 익숙한 분위기의 도시를 지나갔다. 서울은 참 넓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보건소에 도착하니까 진단검사를 해주는 천막이 보이고, 진단검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자기 격리 중이라서 그런지 줄을 서지 않고 다른 라인으로 가서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인적사항 확인하고 검사받는데 십 분도 안 걸렸다. 왔다 빠르다. 


눈발이 점점 굵어져서 돌아올 때는 시간이 더 걸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을 졸았다. 시차 때문인지 한두 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한밤중에 일어나서 가방 풀어서 짐 정리하고 그러고도 잠이 오지 않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6시쯤 벨이 울려서 보니 그 시간에 아침식사가 문 앞에 배달되어 있었다. 아침은 죽이었다. 11시 좀 넘어서 배달된 점심은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구성된 도시락이었다. 

식단 구성은 날마다 비슷한 거 같다. 아침 죽, 점심과 저녁은 도시락. 점심과 저녁은 그나마 다른 브랜드 도시락이라 다행이었다. 호텔에서 안내하는 걸 보니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샐러드로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전날 5시 전에 연락을 쥐야하는데 어제는 보건소에 갔다 오느라 시간이 늦어서 오늘까지는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내일은 한 끼는 샐러드로 바꿔볼 참이다. 

자기 격리하면서 삼시 세끼가 꼬박꼬박 배달되니까 좋기는 한데 문제는 도시락을 먹고 나서 쓰레기 처리하는 일이다. 쓰레기를 날마다 내놓을 수도 없고 모아 놓았다가 삼일에 한 번씩 수거해 간다고 한다.  음식을 남기면 보관하는 동안 냄새가 나니까 다 먹는 것이 제일 좋다. 돼지가 되겠군. ㅎㅎ 그리고 먹고 난 도시락 용기도 냄새가 안 나게 하려면 먹고 씻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자 이제부터는 어떻게 자가 격리하는 이 시간을 잘 보낼지를 좀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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