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여행

Prologue. 여행, 여행, 여행

by 엄용선

Prologue. 여행, 여행, 여행

부루수전(th).jpg 므앙씽 , Laos ⓒ엄용선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건 순전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였다. 도저히 스스로가 꼴배기 싫어 견딜 수가 없었던 거다. 하물며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면 뭔가 나아지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도 품어 보았다. 더불어 치열함을 맛보고 싶었다. 그러면 뭔가 철이 들지 않을까? 근거 없는 믿음도 생기는 듯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잘- 하고 싶었다. 이런 다짐이 자칫 부담으로 표출됨을 알지만 그래도 정말 잘- 하고 싶다. 어느새 즐기는 것에도 책임과 의무, 그리고 도리를 견주어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누군가는 그 돈으로 성형이나 하지 그러냐고 했다. 막말로 여자는 ‘얼굴 예쁜 게 장땡’이라며, ‘혹시 아냐며 네 인생도 곁따라 피어날지?’, 그러면서 설득하는데 나 또한 그 말에 ‘혹’했던 것도 같다. 아니 ‘혹’했다. 실제로 성형외과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견적 탐방을 나서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결국 나는 그 돈으로 ‘성형’대신 ‘비행기 티켓’을 지르고 만다. ‘외모’ 대신 ‘정신’을 튜닝 하겠다는 포부는 거창했다.


‘무엇’을 잘하겠단 생각보다 ‘무조건’ 잘하겠단 다짐에서 나는 대체 ‘무엇’을 잘하려 했던 것일까? ‘길 위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어느 여행자의 말은 거창했다. 긁어 부스럼 나는 길 위에선 코 파다 피만 안 나와도 다행이었다. 하루하루가 파란만장한 시간의 연장 속에 나는 조금씩 지쳐 갔다.


다시 돌아온 한국은 유난히 추웠다. 집안은 깜깜했고 불을 켜면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펼쳐졌다. 여행이 일상이던 삶에서 일상이 여행 같은 현실을 마주한다. 지난 방황은 돌이켜 보면 참 대단한 일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외모’대신 ‘정신’을 튜닝 하겠다는 거창한 포부도 따지고 보면 거추장스런 핑계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실 여행의 시작에서 그만한 핑계는 절실했다.


혼자일줄 알았던 여행에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길 위에서 차곡차곡 쌓아지는 소중한 인연들…….

과분하게 바라건대, 나는 늘 이렇게 살고 싶다. 그러므로 여행.


ON THE ROAD

STILL WALKING

THINK ABOUT NOTHING




엄턴구리 ㅣ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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