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쓴술, 문장은 안주

언화네 심야포차

by 채언화

"오늘 하루 참 비렸죠?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현실을 매콤한 통찰로 바꿔줄 문장 한 점을 내어드릴게요. 버리고 싶은 어제가 오늘의 가장 진한 소스가 되는 곳, 여기는 '언화네 심야 포차'입니다."




제6야(夜)

[골뱅이무침] 비린내 나던 어제가 진한 소스가 될 때

구글 검색 출처

[오늘의 안주: 매콤 새콤한 골뱅이무침과 소면]

특징: 비릿한 과거의 역설, 세상의 가장 아래에서 위를 향해 벼려낸 날카로운 시선


"어서 오세요. 어이쿠야 오늘은 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저번처럼 또 비린내를 잔뜩 품고 오셨네..."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한다.) "일단 술은 제가 가져다 드릴 테니 잠시 숨이라도 돌려요. 메뉴는 어떤 거.. 걸. 아니다. 제가 내올게요."


(모터를 힘차게 돌리는 냉장고 쪽으로 간다. 윙-) "자. 이럴 때는 이만한 애가 없긴 하지."

"후-"(차가운 한숨을 땅으로 내뱉는다.)


(투명하고 맑은 초록병을 꺼낸다. 병끼리 부딪힌다. 찰랑.) "자. 제일 시원하고 맑은 놈으로 골라서 가져왔어요. 오늘은 천천히 마시고 계세요. 금방 속달래줄 안주 만들어올게요"


(주인장이 주방으로 향한다. 뚜벅. 뚜벅)


(손을 입 주변으로 가지고 가며 고민을 한다.) "흠."

"역시 이렇게 비린날은 딱. 그거인가?"(냉장고 문을 연고 작은 캔을 하나 꺼낸다.) "그리고.."

(주섬주섬 재료들을 꺼낸다.)


"술은 어때요? 너무 들이키지 말고 기다려요. 딱 이런 날에는 골뱅이무침이 딱이거든요. 혹시 골뱅이 못 드시는 건 아니죠?"(채소들을 손질한다. 탁. 탁. 탁.)


(골뱅이 캔을 딴다. 탁. 스르릉-)"골뱅이 무침이 딱 이럴 때 좋은 이유가요. 골뱅이 캔을 땄을 때, 비린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각종 양념과 채소각 들어가서 섞이면 그 비린맛과 비린향이 거의 없어지거든요. 참 신기하죠?"


"그렇게 심하던 비린향이 양념 몇 가지와 채소들로 사라진다는 게 참 웃기죠?"


"살아가다 보니 그런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저도 경비원 때 조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대원들을 관리하면서 생활을 했는데, 거기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다들 비린내가 많았죠."


"꿈이 없던 저는 뭐든 일을 열심히 하면 제가 가진 비린내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저의 비린향기를 더 한다는 것을 알았죠. 대원에서 천천히 조장으로 올라가게 되면서 알게 되었어요."


(접시에 플레이팅을 한다.) "그 위치에 서게 되니깐 대원들의 비린내와 주변사람들의 비린내가 모두 나를 향했어요. 그들이 보는 그들만의 관점에서 보이는 것들을 저에게 다 퍼부었죠."


"대원들은 저의 FM적인 모습에 숨이 막힌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FM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사지 멀쩡하고 젊은 남자들이 경비원 일을 한다는 생각의 비린내가 감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어요. 매일 셔츠의 단추도 목 끝까지 저를 조였고, 구두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누구보다 빛나게 만들어야 했어요."


"거기다가 누구에게도 보안업무에 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공부하고 곁눈질로, 눈치로 알아갔죠. 거기다가 개인이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독행위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 있는 건 당연하게도 전 거절할 수밖에 없었죠."


"직원들은 다 저를 수산시장의 잡힌 지 오래된 고등어처럼 바라보았어요."




"구매할 의향이 없거든요. 그들은. 딱 봐도 알잖아요. 상해 가고 있다는 걸"




(접시를 테이블에 놓는다. 탁-)"물론 저는 상하지 않기 위해서 목표를 잡았죠. 그래서 양념을 만들고 채소를 넣어서 저의 비린내를 없애려고 노력을 했고요. 그래서 결국은 비린내를 지우긴 했어요."



골뱅이 무침 한상


(거의 비워진 소주병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제가 좀 늦었나 보네요. 벌써 그 정도로 비우시다니, 괜찮아요 비워져 있으니 속을 채워야 하니깐요. 일단 한입 해보세요. 매콤하니 쫄깃해서 속을 채우기에는 일품일 거예요."


(손님이 골뱅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주인장은 천천히 손을 옮겨 초록색 병을 집는다.)"비린내를 지웠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을 벗어나면 그래도 간절했던 마음이 있어서 3년 만에 자격증을 따서 옮겨서 갔죠. 그곳이라면 다를 줄 알았어요."


"그곳도 다르지 않았죠. 처음 해보는 것들 투성이라서 비린내는 짙어만 갔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풍미가 깊은 맛을 내는 최고급의 음식이 될지 갈피를 못 잡았죠."


(손님과 술잔을 부딪힌다. 짠-)"최고급의 음식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저를 더 비린내 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한잔을 들이켠다. "크으-") "우리는 모두 너무나도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하고 빠르게 완성하고 싶어 하죠. 주변을 둘러봐도 비린내 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단지 나의 목표를 내가 지치지 않게 나를 바라보면서 위를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지치지 않고 위만 바라볼 것인가 그 차이예요."


(손님의 술잔을 채우며 말을 한다.) "최고급 음식이 되지 않으면 뭐 어때요. 지금처럼 나를 위로해 줄 이 투명한 놈에 걸맞은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런 골뱅이무침만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말 하고 싶고 해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그것 향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를 돌보고 더 많은 사람들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 맞는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니깐요. 단지 다를 뿐이지. 조금은 내려놓아요."


"괜찮아요. 누구나 비린내가 날수밖에 없어요. 우리의 잘못이 아니에요. 누구나 처음이기에 누구나 몰랐기 때문에 누구나 모든 상황과 일들이 같지 않기 때문에 조금씩은 비린내가 날수밖에 없어요. 단지 누가 더 적절한 양념과 채소로 숨기는 것뿐이에요."


(빈 소주병을 치우고, 손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친다.) "비린내 좀 나면 어때요. "


"우리 다 사람이잖아요. 냄새 안 나려고 향수 뿌리는 것보다, 내 냄새 인정하고 맛깔나게 무쳐져서 누군가에게 위로 한 점 주는 게 더 근사한 인생 아니겠습니까? 오늘 밤은 그 비린내 걱정 말고 푹 자요."



(주방 조리대를 정리하며 달걀 몇 알을 꺼내 톡, 톡 깬다.)

"자, 다음 2주 뒤 월요일엔... **'계란말이'**를 좀 말아볼까 합니다. 얇고 연약한 계란물이 겹겹이 쌓여야 비로소 단단하고 두툼한 모양새를 갖추듯, 우리가 겪은 그 얇디얇은 실패들이 어떻게 모여 단단한 '나'를 만드는지...


겹겹이 쌓인 제 실패의 기록들을 한 김 식혀서 썰어둘 테니, 내 인생이 너무 얇아 보여 고민인 날 다시 들르쇼. 잘 가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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