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취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당연히 돈이었습니다.
만수가 갑자기 디스크가 터진 게 시작이었죠. 하필 펫 보험이 없었던 게 또 문제였고요.
검사비로만 200만 원 가까운 돈을 쓰고,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고민하다가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수술비는 300만 원이 넘는 상황. 어차피 보험도 없는 거. 할부하면 뭐하나 싶어서 통장 하나를 깨서 수술, 입원비를 일시불로 플렉스 했습니다. 근데 플렉스를 해도 기분이 안 납니다. 포인트는 양껏 쌓였으려나...
쓰려고 번 돈이니 그러려니 해도 됐지만, 그 돈을 메꾸고 싶었습니다. 최저시급 알바를 몇 달 하면 털어낸 통장을 다시 채울 수 있겠다고 생각은 쉽게 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시작’이 어렵다는 겁니다.
‘시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두 번째 스무 살을 훌쩍 넘긴 이 나이에는 조금 다른 이유로 시작이 어렵습니다. 끝을 내고 마침표를 찍어야 할 타이밍을 못 잡은 채 떠밀려가듯 계속 일을 하게 될 거란 말이죠.
요즘 들어 더 느끼는 건데, ‘시작’이라는 녀석은 나를 자꾸만 어딘가로 데려갑니다. 분명히 A를 시작했는데 B를 거쳐 C-D... 그리고 어딘가에 가있어요. 얽히고설킨 사정들 때문에 그만두는 시점을 잘 잡지도 못하겠고.
얼마 전에는 남편의 마라톤을 위해 선의로 간식 도시락을 한번 쌌던 적이 있었는데, 남편이 정말 좋아한 거 있죠. 그래서 계속 싸주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버거워졌는데도 그만하겠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겁니다. 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긴 한데 끝낼 시점을 정확히 잡기가 어려워서 밀려가고 끌려가듯 가고 있더란 얘기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덜컥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노동을.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저의 노동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 조금 허둥대고, 조금 답답하고, 일과 사람에 치인 총천연색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