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ngNang Sep 30. 2016

nangnang

침대에서 눈을 떠도 발딱 일어나는 법이 없는 윤군이

웬일인지

벌떡 일어나더니

부엌으로 향한다


아.

오늘

내 생일....


서툰 솜씨로 식탁위에 놓인

이름도 처음들어보는 뇨끼...


그리고

또 하나의 선물은

윤군의 자작시


이십사년차 결혼생활 중에

받아본 가장 감동된 선물...



밀가루를 치대며


윤군


잠든 아내곁을 빠져나와

내일이 생일인 아내 아침상을

고민하려니

미역국이 왔따지만

이 밤에 소고기 구할 길이 없어

냉장고 안을 물끄러미 보다

감자를 꺼낸다

어둠 그늘에 숨어있는 밀가루도

찾아내 감자위로 붓는다


섞이지 않을것 같은

감자와 밀가루는 손의 압력과

온기를 받아들이고

계란의 수분을 머금은 뒤에야

못이기는듯 슬며시

서로를 받아들인다

반죽이 되어간다


그대와 나 사이도

이렇게 치대며 살아온 세월이구나

모난 부분 깍이고 섞이고

빈틈으로는 밀가루같은

시간이 엉겨서 서로 기대는 반죽이 되어가는구나

 

늦은 밤 밀가루를 치대며

밤새 숙성된 모습으로

익어갈 반죽을 만든다


2016  낭낭의 생일을 축하하며


작가의 이전글 서울행ktx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