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ME

04.

by 지언우

시간이 해결해 준 댔다가 그 시간 속에 있는 내가 해결을 하는 것이란다. 시간의 부속처럼 느껴지는 나이테를 따라 시기, 시절. 시간을 발음하기엔 너무나 광활한가. 우주론적 관점으로 하찮은 먼지가 쓰기엔 과분한가. 저번 주에 지인과 결혼 그리고 아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가 싫고 짐이 될 것이며 필요도 없고 내 성격으로 키우면 안 된다는 단호한 말들을 몇 번이고 뱉었는데도 시간이 지나 내 아이를 가지면 마음이 달라질 거란다. 부정과 부정과 부정을 겪고 억지로 긍정이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나 하나 유지하기도 귀찮은데 정말 애 딸린 한낱 부모가 되어야 할까 싶기도 했다. 그간의 인내와 노력으로 지탱한 충동이 풍선처럼 부푼 배나 줏대 없는 생식기를 난도질해 버릴지도 모르는데.


요즘 결혼 생각이 잦다. 아무래도 자기, 여보, 내 와이프라 칭하지만 서류상 명목은 아닌 애인 덕에. 평생과 영원이란 말도 겹쳐 쓰고 있다. 50년 계약을 맺겠다더니 평생이어야겠다고 정정하는 것도 웃음이 나오는 일. 결혼에 관해 비혼주의가 철저해서 누구든 결혼 얘길 꺼내면 할 생각이 없다고 빠르게 대답하곤 했는데, 지난 아이와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땐 비혼주의라고 말하지 않았다. 애인과의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입을 놀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혼도 인정받는 추세인데 생활동반자법이 하루빨리 시행되길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전통과 기반과 유지라는 말에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게 급격해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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