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돌팔이 의사
당신 생각을 하니 두 사람의 추억을 한 사람의 미화로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 유년이면 유년이고 시절이면 시절인데 유년시절을 합하는 바람에 어릴 적 치기도 낭만으로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듯 해. 구원의 한자어도 모르고 구원의 사전적 정의도 읊지 못하고 그래서 네게 구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당신 이름 석 자를 대지도 못하는데 상냥함에 치우쳐 못난 치부를 드러낸 채 당신이 날 살게 해. 발음이 엇나가면 당신이 내 사랑이잖아. 제발, 그렇다고 말해. 내게 안심을 줘. 허공에도 맴돌지 못하는 손가락을 휘어잡고 내 것인 양 휘두르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런 어린양을 바라보며 연락을 주고받고 당신은 돌팔이에 불과한데 의사 노릇을 해대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그런 당신을 알면서도 지지부진하게 굴었단 걸 알아.
추억은 어디선가 어떤 형태로든 잘 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도 맞닿는다고 생각해. 하지만 있잖아 나는 더 이상 당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쩌면 처음부터 뭘 하고자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았는지도 몰라. 철자를 혀로 말아 고이 뱉어낸다고 다 말이 되는 법이면 가운을 늘어지게 잡고 빨갛게 물들인 날도 아양에 불과하겠지.
내가 기억하는 건 당신도 그리 나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고 나는 이미 당신 나이를 훌쩍 넘어버렸으며 일방적으로 사라진 당신을 향해 몇 번이고 들었던 곡의 제목이 안녕이라는 것.
그래, 안녕하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