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육아휴직자의 이야기

10. 뒷모습

by 정서우


추위가 물러나고 제법 날이 풀린 아침이다. 방학임에도 방과후수업과 늘봄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등교하는 두 녀석을 데리고 학교로 가는 길, 외투를 여미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음에도 추위에 동동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약간은 얼떨떨하면서도 곧 다가올 봄을 생각하니 설레기 그지없다. 작년 이맘때 육아휴직을 시작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휴직자의 두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나의 길어진 휴직은 내 인생에 큰 선물일까, 아니면 걸림돌이 될까. 김영하 작가님의 '단 한 번의 삶'이란 책 속에 "먼 미래에 도달하면 모두가 하는 일이 있다.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라는 구절처럼 미래에 내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때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면 그뿐이다. 지금은 그저 내가 계획하지 않은 일들은 그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평온한 나날에 감사하며 지내고 싶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정문의 양 옆으로 횡단보도가 있어 부모의 정문 앞 배웅은 학교 측에서 '지양'한다. 아이들이 많아 복잡하고 사건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보안관 선생님께서 등하교하는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부모들은 횡단보도 시작 지점에서 배웅을 마무리한다. 그리하여 길 건너편에서 학교 건물까지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곤 한다. 등굣길에 친한 친구라도 만나게 되면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엄마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건물로 쏙 들어가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은 엄마가 자기보다 먼저 가버리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손 흔들다가 들어가기도 한다. 어쩌면 부모가 된다는 건 자식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자리를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품을 떠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앞날을 응원하며 격려하고, 때론 모진 세상에 지치고 힘들어 기댈 곳이 필요할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주는 것. 누군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는 건 누군가에게 가장 든든하고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들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며 서 있을 따름이다.


우리 부모도 분명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렇게 애틋하고 소중하게 키운 자식들이 어느덧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자신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테니 분명 더욱 감격스럽고 행복할 것이다. 설 연휴를 맞아 시댁으로 향하는 내일의 발걸음에 조금은 따뜻한 온기를 품고 가야겠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도, 또 내 자식이 아직 결혼할 나이가 아니어서인지 자기 아들만 끔찍하게 아끼는 시부모님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 또한 어떠하랴. 그저 나는 나대로, 부모님들은 부모님대로 끊임없이 내리사랑을 전하다 보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거라고 그저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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