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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갈빵 Aug 18. 2022

[맛동산 시리즈 05] 다른 날 연남동에서-

우주옥, 연남슈퍼

0. 연남동

목적은 우주옥. 평양냉면하면 모름지기 노포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 주방 안에는 흰머리 희끗 포스를 가진 장인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유튜브 최자로드에 '평양냉면의 초신성'이라는 타이틀로 우주옥이 소개되었다. 슈퍼루키의 탄생인가. 박지성 선수의 옛 직장 동료 웨인 루니가 에버튼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신선함처럼 다가왔다. 첫 방문은 혼자서였다. 연희동 앤트러사이트에 노트북하러 가기 전, 이곳에 들러 냉면 하나와 팩소주 하나를 깔끔히 비웠더랬다. 팩소주 감성에 잠깐 취해있는 도중 문득 아쉬웠다. 어복쟁반도 먹고 싶은데. 맛동산의 존재이유 중 하나, 다같이 이것저것 먹기.

두번째 방문이었다. 어복쟁반을 위해 맛동산이 모였다. 물론 1인 1냉면은 하는 것이고. 회장님은 없었다. 대신 스페인 말라가에서 이틀간 동고동락했던 게스트를 모셨다. 체대 학우이며 먹는 거엔 오히려 우리보다 일가견 있는. 덜 친하지만 오히려 좋다. 가끔은 적당한 거리가 있어서 재미난 관계도 있는 법.


1. 우주옥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헐레벌떡 뛰어 갔다.(진짜 뛰었다, 늦어서가 아니라 빨리 가고 싶어서.) 이런 설렘은 오랜만인 나였다. 가게 앞으로 가니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저번날 다찌석에서 홀로 냉면을 후루룩하며 탐을 냈던 넓디 넓은 다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어라? 팩소주가 안돼?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너무 아쉬워하니 사장님께서 설명해주셨다. 공급 업체에 대한 문제였던 거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메뉴를 없애거나한 것은 아니었고 '어쩔 수 없음'이 이유였다. 지금은 가능하려나.



우주옥엔 냉면 '청'이 있고 냉면 '진'이 있다. 청나라와 진나라를 뜻하는가? (혼자 찐웃음) 아니다! 청은 소금 육수 베이스, 진은 간장 육수 베이스라고 한다. 난 저번이나 이번이나 청을 시켰고 친구들 역시 모두 청을 시켰다. 메뉴판 기준, 우선 표기된 음식을 주문하는 건 어쩐지 그 집의 진수를 맛보는 기분이랄까. 어쨌든 냉면의 맛, 맛있다. 보이는대로 맑은 기운에 육수인데 육향도 적지 않고 간도 잘 되어 있어 먹기 좋다. 다음에 가면 진을 먹어봐야지. 고대하던 어복쟁반. 자태가 훌륭하다. 산처럼 솟은 기세는 불의 화력으로 점차 수그러드는데 마침내 잔잔한 바다가 되었을 때, 우리의 젓가락질을 받아들이는 듯 했다. 미나리와 고기 한 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여기가 우주인가? 아니, 아니 여긴 우주옥이야'

팩소주가 없는 대신 일품진로를 마셨다. 잔도 아주 멋들어진 잔에. 훽훽 들이마시는 기분은 없지만서도 이곳의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 음식의 정갈한 비주얼로 보았을 때 오히려 점잖은 것이 더 어울리는 편이었다. 참, 이곳은 주류 주문이 필수이다. 사장님의 방침이라 하니 따라야 한다. 우주옥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소 '우'와 술 '주'자를 써 소고기와 술이 있는 집이라는 몇몇 글이 있는데 진정 그것이 맞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주점이 맞으니 술 안 먹는다고 투정을 부려선 안되겠다. 다음에는 우설이나 제육과도 한잔하고 싶다. 또 가자.



2. 연남슈퍼

출처 : 네이버 지도 - 업체사진

사진이 없어 네이버에서 퍼왔다. (퍼가요~♡) 배는 부르다, 어디 적당한 곳이 없을까 하고 연남동 바닥을 꽤나 쓸고 다녔다. 그러다 발견, 방문 경험 있는 게스트의 괜찮았다는 증언과 어딘가 가벼워 보이는 매력의 연남슈퍼로 입장했다. 역시나 무겁지 않고 스펙트럼 넓은 안주군과 동네 술집같은 분위기. 가맥집 컨셉을 잘 활용한 듯 했다. 홍대에 왔으니 맛집을 가야지. 맛집을 갔으면 배가 부르지. 배부른 이들은 이러한 곳을 찾기에 2, 3차로 딱. 우리 또한 그러했고. 탕 하나와 짜파게티를 시켰던 것 같고, 오돌뼈도 시켰나? 그날의 사진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야기꽃을 화창하게 피웠기 때문일까. 아무튼 먹성 좋은 이들의 입이 터졌기에 안주를 적지 않게 시켰고 이에 발 맞추듯 술 또한 거하게 마셨다.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가게 안에 흘러나왔다. 음주간  노래는 반칙이지만 본래 적절한 반칙은 관중을 열광시키는 . 여기저기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곧 떼창이었다. 이곳은 연남슈퍼인가,  페스티벌인가. 그렇게 연남동의 밤은 짙어져 갔다.   만나자는 새끼손가락을  채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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