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추억 여행 중

골리앗의 고함같은 시대

by 이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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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일이었습니다.

카톡에 뜬 축하 인사 중에

낯선 이름과 글이 보였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함께 기도했던 일,

마침 들어온 거라며 고춧가루 한 봉지 나눔받았던 일을

기억하느냐며 형제가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어제 일도 기억 못 하는데,

당연히 고춧가루 나눔했던 일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십 년도 더 된 시간이 소환되었습니다.

지인들에게 듣는 당시의 내 모습은 엉뚱하기 그지없습니다.

혼자 자취하며 워커홀릭으로 살았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대로 살아갔다면 추운 겨울 어느 골목에서

쓰러진 채 최후를 맞았을 거라고,

당시의 나를 알던 지인이 말해주었습니다.

업무로 만난 누군가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지하 기도실로 들어가 기도하는 나를 보고

황당했다는 기억을 나중에야 말해주었습니다.

내가 묵던 자취방은 옆 건물 개척교회와

벽 하나를 두고 있었습니다.

내 방에 난 창문이 찬양팀 바로 옆이라,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이면 집을 비우고 두어 시간을 걸었습니다.

귀가 아플 만큼 시끄러운 찬양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

도림천을 걸으며 한참을 기도했습니다.

나만의 예배 시간이었습니다.

신림역 자취방에서는 바닥의 진동을 느끼며

2호선 운행이 시작되는 새벽 시간에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낮인지 밤인지 모를 시간들.

당시는 이상하지 않았던 행동들인데,

지금 생각하면 참 엉뚱했던 청년이 그려집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

그저 나의 취향이었던 것들이 있습니다.

여전히 내가 붙들어야 하는 것들도 알게 됩니다.

골리앗이 등장했을 때, 이스라엘의 대부분이 떨었습니다.

그중에는 당시 민족의 영웅이었던 요나단도 포함됩니다.

블레셋의 장수 앞에서 모두가 흔들릴 때,

형들의 도시락 심부름을 하러 간 다윗을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수치를 당할 때,

그는 어떻게 골리앗 앞에 설 수 있었을까요?

시대가 흔들립니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지금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요?

형제가 남긴 글의 말미에,

"허락하시면 언젠가 다시 뵙기를 바란다"는 문장을

나중에 발견했습니다.

오고 가는 동선을 알려드렸습니다.

각자의 오래전 모습을 기억하는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요?

다시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골리앗이 고함치듯,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주님의 이름 앞에 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노래하는풍경 #1634 >

#흔들리는시대 #골리앗 #두려움 #ja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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