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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Jul 23. 2015

소망분식 아줌마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당신에게 배웁니다.

소망 분식은 점심 때 자주 찾았던

단골 식당 중 하나였습니다.

"가끔씩 뭐라도 팔아 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다 사줘요.

저기 휴지도 한 봉지에 오천 원씩 사준 거예요.

그 돈이면 두 봉지는 사는데 그걸 알면서도 사 주는 거예요."


"한 번은 어떤 (노숙하는) 아저씨가
물을 달라고 해서

종이컵에 줬더니 확 집어 던지는 거예요.

종이컵에 줬다고.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그 아저씨한테 혼난 이후론 반찬 좀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따로따로 보기 좋게 담아서 줘요."




"3년전 인가.
젊은 친구가 낮에 찾아왔어요.

한창 바쁠 때였는데

마실 물 좀 달라고 해서 라면 그릇에 담아 줬더니

벌컥벌컥 어찌나 급하게 마시던지

물로 배를 다 채우는 것 같더라고요.

배고프다고 오는 사람도 손들들이 많을 때는 잘 못 챙겨줘요.

솔직히 그 분들 냄새나고  꼬질꼬질하잖아요.


그 사람이 그날 저녁에 다시 왔어요.

마침 가게에 손님이 한 분만 계셔서 한가했거든요.

이번에도 물 좀 달라고 했는데 하루 종일 굶은 것 같아 보였어요.

밥이라도 한 끼 먹여 보내려고 했는데

다른 손님한테 주문한 음식 내주는 사이에 물만 먹고 사라졌더라고요.


그게 3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생생해요.

아마도 그 친구는 평생 안 잊힐 것 같아요.

그래서, 배고픈 친구들 보면

그 젊은 친구 생각하며 먹을 걸 내주곤 해요..."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큰 스승,

소망분식 아줌마,

바로 당신이세요.





10년 전에 찍어둔 사진입니다.
방배동에 작업실이 있을 적에 늘 이곳에 들렀습니다.

당시 아줌마가 이곳에 가게를 여신지 5년이 다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심하게 넘어져 한쪽 무릎을 다치신 후로 거동이 힘들었는데

그래서 장사를 접을까 하다가도

역시나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장사를 계속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장사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정이라 여겨졌습니다.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당신에게 배웁니다.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당신에게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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