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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그리운 것들.

지나간 모든 아름다운 존재들에 대하여

by 팔구년생곰작가






어린 시절 아련하게 떠오르는 풍경, 사람, 물건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스쳐 지나간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 어느샌가 문득 그런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내 마음속 존재들은 무엇이 있을까?



카세트 라디오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새벽 시간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던 라디오 프로가 생각이 난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따뜻한 음성으로 음악을 틀어주던 그녀가 누구였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간혹 내가 짝사랑했었던 그녀가 이 노래를 좋아했을까라는 행복한 상상이 들 때도 있었다.



기차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다. 어린 시절 항상 아침저녁으로 일정한 시간만 되면 기차 소리가 들리고 땅에서 전달되던 울림으로 인해 창문이 흔들리곤 했다. 지금은 역이 폐쇄되면서 기차가 지나다니던 길은 산책로가 되어있었다.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가끔 그때가 생각이 난다. 더불어 이른 아침 배달원이 던진 신문이 마당 앞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신문배달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아침을 깨우는 알람소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은 아니었지만 어김없이 동네를 돌았던 방역차량으로 인해서 동네가 온통 하얀 연기로 그윽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나도 그랬지만 동네의 꼬마 아이들은 방역차량 뒤를 항상 쫓아다녔다. 연기가 좋지 않았음에도 차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한두 살 나이를 먹어가며 시간이 흘러 보니 어느새 그런 풍경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립고 생각나는 풍경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존재들이지만 왜 그리도 아름답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촌스럽다고 혹은 철 지난 골동품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아 아련한 풍경과 그리움의 냄새를 풍기는 존재를 그 존재들을 나는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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