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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이야기

우리는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가.?

< 한강, 소년이 온다 > 서평

by 팔구년생곰작가






한강의 < 소년이 온다>를 읽는 내내, 나는 마치 망자의 영혼 속으로 깊이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죽음이 너무도 가까이에서 숨 쉬고 있었고, 글 속의 고요하고 처절한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로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폭력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정당한 폭력과 부당한 폭력 사이에는 과연 분명한 경계가 있을까. 우리는 흔히 폭력을 물리적인 것으로만 이해하지만, 한강은 이 소설을 통해 폭력의 본질 즉, 말할 수 없음,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것, 존재를 지우는 것을 끈질기게 보여준다. 그 어떤 설명도 덧붙이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폭력의 실체와 그 비극적인 결과에 마주하도록 만든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산 자가 죽은 자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아마도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지우지 않으며, 고통의 시간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일일 것이다. 망각은 또 다른 폭력이기에, 기억하는 것이 곧 저항이고, 삶을 이어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소년은 우리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단지 과거를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인간답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가.?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어떤 진실과 마주한다. 어쩌면 이 책은, 죽은 자들을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다시 살게 만드는 문학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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