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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신과 나 2 26화

완벽함이 아닌 진정함을 찾는 여정.

< Episode 45 >

by 팔구년생곰작가






몇 년 전,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치료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매번 스스로를 상처 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제가 자해를 멈출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나는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퇴근 후에도 그 물음은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진정한 답이 무엇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뚜렷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풍족하지 못했던 가정환경, 보수적인 부모님 아래에서 나는 늘 억눌리고 불편한 제약 속에 살아왔다. 그 결과, 나는 어긋난 방향으로 반항했고,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채 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얻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과 상실감은 내 안에서 병적인 집착으로 자리 잡았다. 물건에 대한 욕망, 사람에 대한 지나친 의존… 이 모든 것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허무함만을 남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의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나는 비로소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애쓰고 갈망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집착을 내려놓는 대신 "포기"가 아닌 "수용"이라는 새로운 마음이 들어설 때, 나는 진정한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서울에서 만났던 백발의 스승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분은 내게 단 한 단어로 인생을 설명하셨다. 그 단어는 바로 '수용'이었다.



수용이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않는 용기이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혜였다. 나는 그 아이의 눈빛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녀에게도 이 깨달음을 전할 수 있는 순간이 반드시 오리라.



그 아이가 물었던 질문은 사실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이제 나는 그 답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 찾을 것이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

( 마태복음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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