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 43 >
인생을 살아오며 되돌아보면, 내게 즐거운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어쩌면 즐거움보다는 고통과 어려움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누군가는 쉽게 풀어나갈 일을 나는 한없이 복잡하게 풀어야 했고, 누군가는 단숨에 건널 수 있는 길을 나는 멀리 돌아가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내 발걸음은 언제나 더디고, 내 마음은 늘 조급했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 하루하루가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게만 느껴졌다. 세상은 내게 가혹했고, 나는 그 속에서 점점 작아져 갔다.
그런데 지난 주일 오전, 목회자인 어머니께서 전하신 “고통이 유업이 된다”라는 말씀을 들으며 나는 내 안에 오랜만에 잔잔히 스며드는 은혜를 느꼈다. 그 말씀은 내 마음을 깊이 울렸다. 고통이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고, 언젠가 나에게 지혜가 되거나 또다시 비슷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는 말씀이었다. 내 고통이 내 삶의 무게만 더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내게 길이 되고 나를 단단하게 세워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동안 나는 힘든 일을 겪으며 믿음이 흔들렸고, 때로는 하나님께 원망 섞인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왜 내 길만 이렇게 험난한지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그날 말씀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지나온 길은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자라고 있었고,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 깨달음의 순간,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느새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이해와 감사가 섞인 눈물이었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용기가 담긴 눈물이기도 했다. 나는 알았다. 이 눈물이 마른 뒤, 나는 다시 걸어갈 수 있으리라는 것을. 비록 그 길이 또 험난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과, 고통이 결국 나를 빛으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그러므로 너는 내가 우리 주를 증언함과 또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 디모데후서 1: 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