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 점 같은 상사를 만났다.

프롤로그

by ephemeral

게임에서는 캐릭터의 능력을 보통 여섯 가지

수치로 나눠 육각형 그래프로 단순화해 보여준다.

대부분은 어딘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꼭짓점이 있고

그 하나가 그 캐릭터의 장점이자 정체성이 된다.


능력치에 따라 모양이 결정되는 육각형


물론 여섯 방향 모두 평균 이상인

이른바 ‘올라운더’ 캐릭터도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섯 방향이 고르게 비어 있는 작은 육각형은

게임보다 현실에서 훨씬 흔하다.


직장생활 9년 차에 접어들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

아니 거의 점에 가까운 상사를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이보다 더 작을 수는 없겠지’라고 생각하게 만든

상사들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작년, 그 모든 기록을 가볍게 갱신한

역대급 최소치를 만났다.


그녀의 능력치는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마다

어김없이 새로 고점을 아니, 저점을 경신했고

그 과정에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위기의식도 없었다.


더 문제는

능력과는 별개여야 할 인성마저

매번 “이보다 더 아래는 없겠지”라는 생각을

가볍게 배신했다는 점이다.


누구나 상사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다.

그 말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다만

능력, 인성, 백그라운드 중

어느 하나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 없는 사람이

수치심도 없이

시트콤처럼 달콤한 꿀딴지를 안고 회사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나는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은 그 관람 기록이다.

웃으면서 넘기기엔 너무 길었고

침묵하기엔 이미 너무 많이 보아버렸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