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은 점.
어느 날 전무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영업력이 뛰어나고 업력이 깊은 분을 팀장으로
모실 예정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랫동안 피를 말리던 마이크로매니징과의 이별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속이 이상할 만큼 후련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솔직히 말하면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업계 특성상 ‘이미지’가 중요한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외형보다 실력으로 증명해온 사람이겠지.’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함께 일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내가 가장 자주 들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나 이제 뭐하면 돼?”
그녀는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시를 기다리기 위해서.
막내의 뒤를 따라다니며,
실무자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가장 많이 꺼낸 말이 그것이었다.
“나 이제 뭐하면 돼?”
신규 매장 오픈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리더라면 최소한 구조를 파악하고 있어야 할 시간.
매장 오픈 주간이 왔다.
우리 모두는 성공적인 오픈을 위해
현장 출근과 야근을 반복하고 있었다.
바쁜 와중에 그녀의 가볍다 못해 깃털같은
주둥아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
먼지 투성이를 비집고 다니며
노폐물로 가득 쌓인 우리의 달팽이관을
가장 많이 자극 시킨것은
그녀의 "나 이제 뭐하면 돼?" 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현장에 느지막이 나타나
이미 진행 중인 일에 간헐적으로 코멘트를 던졌고,
하루 종일 현장에서 뛰던 내 앞에 노트북을 들이밀었다.
“저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이거 지금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은 부탁처럼 들렸지만,
결과적으로는 본인의 일을 처리해달라는 지시였다.
잠시 후, 그녀는 다른 동료에게 다가가 다시 말했다.
“나 이제 뭐하면 돼?”
시킨 일은 오래가지 않았다.
5분쯤 지나면 관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그녀의 통통하고 짧은 단풍손에는
늘 휴대폰이 들려 있었고,
현장은 물론 사무실 업무까지 우리 몫이었다.
밤 10시가 넘어
이제 퇴근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매장 바닥에 박스를 깔고 퍼질러 앉아있던 그녀가
별안간 팀 막내를 불렀다.
“배고픈데, 편의점 가서 과자랑 맥주 좀 사다 줄래?”
아직 공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매장에서
우리는 과자 봉지와 맥주캔을 뜯었다.
나는 그 시간을
‘팀워크’라고 불러야 할지
‘관찰 기록’이라고 불러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녀의 택시를 잡아주고
밤 11시가 다 되어 집으로 향하던 길,
나는 여전히 전무님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배를 바라보며 차올랐던 분노와
그녀와의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이중적인 감정을 뒤로하고.
‘영업력이 뛰어나고 업력이 깊은 사람.’
아직 내가 보지 못한 그녀의 한방
무언가가 있겠지.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