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각형] Ep13.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 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육각형은 점.

by ephemeral

벌써 13번째 에피소드다.

하지만 아직도 이야기는 남아있다.


이건 거창한 사건도 아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생일 사건 정도 되겠다.


회사에는 언니, 오빠 같은 건 없다던 그녀는

이상하게도 팀원들의 사적인 일에는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누구 생일인지,

누가 임신했는지,

누가 결혼 예정인지,

누가 요즘 집안일로 힘든지.


알고 싶어 했고,

챙기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생일도 챙겨야 하는 줄 알았다.


문제는

작년 그녀의 생일이 주말이었다는 점이다.

조용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팀원의 생일이 찾아왔다.


나는 퇴근 10분 전

작은 축하 파티를 하자고 제안했고

팀장 포함 모든 팀원이 알겠다고 했다.


퇴근 30분 전.

그녀가 갑자기 자리를 비웠다.


회의실에는

케이크와 사람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남았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팀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마치

생일 축하 파티를 피해 잠적한 사람처럼.


결국 우리는

팀장 없이 축하 파티를 했다.


퇴근 시간이 10분쯤 지났을 때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 설명 없이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물어보지 않았다.


어디 갔는지,

왜 연락이 안 됐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말에 자신의 생일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은 것이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서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팀장의 감정은 개인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날 이후 우리 팀은

누구의 생일도 경조사도 챙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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