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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필로 Aug 20. 2022

한예종 연극원에서 네이버 개발자가 되기까지 6편

다시 이직, 회사를 구하는 기준

6-1 랜덤박스는 너무 어려워


 당시 내가 일하고 있던 스타트업은 처음 입사 때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수평적이지도, 유연하지도, 기술력이 있지도 않았다. 회사가 구직자를 면접만으로 모든 걸 알 수 없듯이, 구직자도 면접만으로 회사의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지금은 블라인드, 크레딧잡과 같이 회사의 평판을 알 수 있는 플랫폼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회사 정보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마땅한 플랫폼이 없었다. 

 

 잡플래닛은 기업 요청에 따라 리뷰가 지워지는 경우를 목격했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려웠다. 기술 블로그라도 있으면 개발팀의 분위기를 알 수 있지만 이 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리스크를 안고 입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리스크가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입사 후 몇개월도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하게 되었다. 경력이 길지도 않을 뿐더러 이직을 연이어 하다 보니 좋은 회사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내 실력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내게 재직 중인 회사가 도움이 안된다는 걸 깨달은 이상 더 머무를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이번에 이직을 한다면 수평적인 건 기본이고, 자유로운 회사에 가야지.

콜라 마시는 코알라

 독일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처음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을 때를 떠올렸다.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해외를 여행하면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직업이 있다. 그중에 개발자는 일하는 환경에 있어서 예술가처럼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해외에서 일하긴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 먼저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6-2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


 나는 보통 구인구직 플랫폼으로 원티드를 애용한다. 사람인과 잡코리아를 쓸 때도 있지만 원티드가 좀 더 사용자 친화적이기도 하고 힙한 회사들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신규 채용은 사람인과 잡코리아에 더 많이 올라오긴 한다. 당시 나는 경력 지원으로 원티드에서 여러 회사를 스크랩 해서 한꺼번에 지원했다. (요새는 링크드인, 리멤버 커리어, 블라인드 하이어가 괜찮아 보인다.)


회사를 구직하기에 앞서 몇 가지 기준을 분명히 세워보았다.

1. React, Vue를 쓰는 회사

2. 연봉이 3000만원 이상인 회사 (지금은 개발자 연봉이 많이 올라서 4000만원 이상?)

3. 개발자가 업무 일정 산정에 잘 참여하는 회사

4. 기술적으로 배울 수 있는 회사

5.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회사

6.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회사

7. 근무 환경이 자유로운 회사

...


 회사 기술 스택이 트렌디 하다는 건 개발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연봉이 일정 수준 이상 높다는 건 직원의 처우에 신경쓰는 회사라는 걸 뜻한다. 개발자가 업무 일정 산정에 잘 참여한다는 건 기술 조직으로서 주도권을 일정 부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지금은 욕심이 더 많아져서 위에 적은 기준보다 몇가지 더 추가될테지만(ㅎㅎ) 대략 7개 정도로 추릴 수 있었다.

 채용공고에 써져 있는 건 사실 홍보글일 뿐이고 더 중요한 건 눈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다. 회사를 잘 고르는 방법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보겠다.

 

 그렇게 지원한 회사는 총 4곳이었다. 신생 교육계 스타트업,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생활 솔루션 기업, 금융 업계에서 유명한 스타트업,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까지.

나무 밑에서 노는 애기들

 생활 솔루션 기업은 vue를 이용해 가벼운 설문 페이지를 만드는 과제를 받았었고 최종 합격까지 무리없이 통과했다. 면접 때부터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합격에는 걱정이 없었지만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야근이 많다고 들었다.


 신생 교육계 스타트업도 vue를 사용하는 곳이었고 면접을 잘 봐서 3주간의 일정 동안 큰 어려움 없이 합격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대기업 복지가 부럽지 않은 환경이었고 대표님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투자사도 빵빵한 곳이어서 신생이지만 안정감이 있었다.


 유명 금융 스타트업은 기술 과제까지 통과했지만 최종 인성 면접에서 탈락했다. 프론트엔드 팀 규모도 크고 기술 공유나 블로그 포스팅도 활발한 곳이라 많은 기대를 했다.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기술 과제도 가뿐히 통과했기 때문에 당연히 붙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나중에 재직 중이었던 분의 지인을 통해서 탈락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금융이라는 분야에 큰 관심이 없어보여서 그랬다고 한다. (들켰ㄷ..) 실제로 도메인은 크게 중요하게 보지 않았고 기술팀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ㅎㅎ


 누구나  아는 대기업 카카오 계열사   곳이었는데 코딩 테스트까지 통과하고 2 면접까지 남은 상태에서 전형을 종료했다. 내가 관심 있는 도메인이었고 대기업의 후광을 입고자 했지만 카카오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 이뤄지는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종까지는 전형을 진행해보고 오퍼까지 받은 다음에 고민했으면 좋았을  같은데 당시에는 '수직적인 회사'라는 말만 들어도 기피증이 생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p


 그렇게 나는 이름 모를 교육계 스타트업으로 입사했다. 다른 회사의 면접을 더 진행해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먼저 합격했던 생활 솔루션 기업은 기술적으로 배울 게 많았지만 전회사 바로 건너편에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무엇보다 신생 교육계 스타트업으로 가고 싶었던 이유는 이곳이 발리에서 일할 수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발리로 가자!


...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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