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청소년 진로 수업을 맡기로 했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진로 지도서들을 찾아보고 그중에서 괜찮은 책을 골라 그대로 따라하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책들을 찾아보면서 계속 드는 느낌은 '아, 이렇게 밖에 안 되나?'라는 아쉬움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제가 받았던 진로수업이라고는 적성 검사를 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직업들을 추천받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추천 직업에 간호사라고 적힌 걸 보고 '이게 뭐야.'하며 결과지를 가방에 쑤셔 넣은 기억이 납니다. 수업 준비를 위해 찾아 본 진로 관련 책들에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건 너무 좋았습니다. 저 때는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조차 별로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책들이 나와 어울리는 직업이나 관련 학과를 찾아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을 보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세상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니 인공지능이니 하면서 현재 직업의 60%는 사라질 것이라고 떠들고 있는 판에, 이렇게 직업을 추천해 주는 것이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로수업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는 선생님입니다>라는 책에서 김주현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이거다!"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김주현 선생님은 제 마음속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우학교에서 진로 수업을 담당하고 계셨습니다. 선생님은 진로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먼저는 직업과 진로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고, 그것을 '배움'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직업이나 학과가 아니라 내가 배우고 싶은 것에 집중하여 진로를 탐하는 것, 청소년 시기에는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문장을 보았을 때,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진로 교육의 방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곧바로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글들과 영상들을 모두 찾아보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갈증이 났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의 프로필을 찾아보았고,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메시지를 통해 궁금한 것들을 여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걸고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줌으로 만나 이야기 나누자며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그렇게 성덕이 된 저는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이우학교에서의 수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책이나 영상에서는 얻을 수 없던 너무나 귀한 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누어 주신 것을 토대로 저는 첫 진로 수업을 기획할 수 있었습니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 당시 선생님과 나누었던 대화 기록, 선생님이 책과 영상에서 하셨던 이야기들을 다시 살펴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역시나 이분이 나의 롤모델이자 멘토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듭니다. 수업을 직접 해보고 결과와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공유해 주면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었는데, 아직까지 연락을 한 번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청소년 진로에 관한 전자책을 쓰게 되면 꼭 연락을 드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