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임스 Feb 09. 2023

누가 받았을까, 저 예쁜 꽃

피치색 꽃다발 함께 보기


겨울이 더 예쁜 이유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은 꽃을 보기 참 좋은 계절이다. 스위트피, 히야신스, 수선화는 오랫동안 달콤한 향기를 남긴다. 잔향이 얼마나 좋은지 모두가 이름을 물어본다. 냉장고에서 나오면 금방 입을 벌려 아쉬운 튤립도 예쁜 모습을 오랜 시간 볼 수 있다. 사진을 보니 조금 작아 보인다. 나는 정면에서 있는 그대로의 색감으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강박처럼 '화이트밸런스'를 맞춰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내 사진은 사실적이고 감성이 없다. 그래도 예쁜 꽃을 더 사실적이고 정확히 소개할 수 있어 만족한다.



꽃다발 함께 보기

 각기 다른 곳에서 찾아온 아름다움, 온전히 당신을 위해 작은 정원을 이루어 축하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감사한 일인가. 여기에 하나 더, 살펴보는 재미까지 있다. 꽃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 지금 이 꽃다발을 보자면 '피치색'이라고 하는 복숭아 같은 색감이 메인이다. 분홍색과 주황색의 경계 그 어딘가에 있는 색감. 이 색감을 더욱 극대화하고, 단조롭지 않게 하기 위해 흰색 속 포장지, 연노란색 리본이 들어가고 진녹색, 연녹색, 진노랑, 연파랑, 연보라색, 자주색, 연분홍, 흰색의 꽃과 풀이 들어가 있다.


피치색 아모르젠 장미, 하젤 장미, 피치색 노비아 카네이션, 염색 체리오 카네이션, 스위트피, 보리사초, 골든와틀, 다이너스티 튤립, 연핑크 거베라, 소국, 아스틸베, 보리사초, 강아지풀, 유칼립투스... 총 14가지의 꽃과 소재로 이루어진 꽃다발.



보다 자연스럽게

 녹색 소재는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저 초록색이 하나도 없다면, 생각보다 꽃다발은 둔하고 답답해 보인다. 혹은 입체감 없이 하나의 덩어리나 칠판처럼 단조롭다. 햇살 아래 아름답게 꽃이 핀 정원의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바닥이 갈색이기보다 초록색인 경우가 많다. 눈도 편하고 꽃도 잘 보이는 아름다운 색상, 녹색. 그래서 꽃다발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재료다. 강아지풀처럼 보이는 건, 강아지풀이 맞다. 그거 맞다. 고양이랑 놀 때 쓰고, 코에 간질 간질 하는 그거 맞다.


강아지 꼬리 같은 풀 위에 있는 것이, 내가 그렇게도 향이 좋다고 말하는 '스위트피'. 그 바로 위쪽의 긴 연두색 잎에 노란색이 있는 것은 '골든와틀'이다. 골든와틀은 겨울에 볼 수 있는 소재인데, 호주 아카시아나무이다. '아카시아', '시드니 와틀', '골든 와틀', '와틀리' , '미모사' 등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꽃이 피지 않아도, 노랗게 영글어 있는 형태가 이뻐 참 좋아하는 소재이다.



보이지 않아도

 소국이나 작은 장미, 녹색 소재들은 다발의 곳곳을 채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꽃과 꽃 사이에 높이가 낮은 꽃들이 숨어있다. 부피감을 주고 시선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해주는 귀여운 소재들. 내 삶도 꽃다발 같음을 느낀다. 나 스스로 이루고 달성한 성과 같지만, 내가 온전히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적 자본이 없었다면 나는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피치색 소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작은 소재들을 보며 잠시 반성도 해본다.



예쁘고 예뻐서 예쁘다

  꽃다발을 애써 분석하며 볼 필요는 없다. 이런저런 다양한 볼거리를 소개했지만... 하나의 정원으로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 그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사진 속 꽃다발은 누군가에게 떠났다. 어떤 이에게, 어떤 일로 갔을까. 이 사랑스럽고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선물하는 이의 마음을 잘 표현했길 바라며. 이제 나는 내일의 꽃을 사러, 경매장으로 향한다.


P.S 꽃다발 만든 사람 / 꽃다발 찍은 사람

작가의 이전글 너와 마주 앉아서 두 손을 맞잡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