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이별은 없구나
나이 36살에 4번째 이별이니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삶을 돌아봤을 때 이별의 순간은 인생의 가장 강렬한 순간들의 하나로 저장되어 있다. 그만큼 일상을 공유하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고, 때로는 먼 미래까지 그려본 사람과 하루아침에 가장 먼 타인이 된다는 사실은 항상 낯설다. 나의 경우는 모두 내가 결정을 하고 이별을 고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사람을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평생을 같이할 반려자는 아니구나’라는 마음으로 헤어질 결심을 했기에 그 쓰라림이 더 했다. (오히려 상대를 미워하는 것이 쉬운 것 같다) 분명 결심을 했을 때는 확신이 들었는데도, 돌아서고 나면 ‘내가 지금 맞는 결정을 하는 건가?’ ‘이 정도로 괜찮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이러고 나중에 후회하는 건 아닐까?’ 온갖 생각에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내 나이가 36이니 결혼을 하면 50년을 함께 살아야 하고, 이왕이면 이혼의 아픔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혼기가 넘었음에도 이별의 결정을 내렸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적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질문들이 싫어서 누군가와 결혼을 해버리고 싶은 충동도 들었지만, 주변에 정말 소중하고 나에 대한 솔직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기혼’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건 정말 찰나이고 별게 아니어서 내가 절대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사실, 평생 반려자는 조건이 아니라 나와의 일상을 즐겁게 잘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부모님은 딸의 결혼을 보채기보다는 ‘너와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해. 혹여나 만나지 못한다면 혼자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예전에는 결혼을 하는 것이 의무처럼 여겨졌지만, 너희 세대는 달라. 혼자든 아니든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야’라고 말씀해 주셨다. 진심으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어떠한 의무와 외부 압박 없이 순전히 나의 판단과 직감에 의존하고 있다. 이 방법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럴 것이라고 믿는 다.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내가 맺은 모든 만남과 이별 덕분에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에 감사하며, 앞으로 내게 올 인연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