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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십자가>

사순 4주일에 걸맞은 시입니다.

by 김재홍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1941년 5월.

사순 4주일. 복음서 말씀인 요한복음서 3장 14절에서 21절에서 예수께서 자신의 수난을 예고하신 말씀을 하신터라 윤동주 시인이 쓴 《십자가》를 써 보았습니다. 성찬례를 드릴 때도,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장기용 요한 신부님께서 축성하신 성체와 보혈을 모심. 2024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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