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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Dec 26. 2023

철저한 자료조사

오세영. 베니스의 개성상인.

오세영 작가가 쓴 역사소설인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1993년에는 도서출판 장원, 그다음에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안토니오 코레아가 이탈리아에서 사는 이야기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유명훈이 정명어패럴에서 기획조정실장(부장)으로 일하는 두 개의 이야기를 담은 2권을 펴내고, 문예출판사에서는 안토니오 코레아가 조선, 일본, 중국 명나라를 거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상인으로 자리를 잡고 사는-물론 여기서 말하는 상인은 신포시장과 토지금고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상인들과 같은 중소상인이 아닌, 델 로치 상사에서 창고지기로 시작하여 회계 노동자, 부지배인으로 자리를 잡은 거상이다.-안토니오 코레아의 이야기만 쓰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감탄하는 점은 작가의 성실한 자료조사이다.


정명어패럴에서 1989년 상품개발 발표회를 하는데, 여성노동자인 김영주 과장이 미국 시장에서 팔 만한 의류를 개발할 계획임을 파리 패션쇼를 담은 비디오, 인쇄물, 발표자료를 근거로 설명을 하고, 임원들이 묻는 질문에 똑똑하게 대답을 한다. 그 장면을 이야기꾼이 “모범답안을 준비한 듯이 대답하였다.”라고 말한다. 아세안에 가입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의류산업 자본가들이 복제품을 만들 위험을 우려하는 임원에게는 “고가가격정책(원문에는 스키밍 프라이스 Skimming Pricing)으로 가격을 매깁니다.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의 의류를 표절할 즈음에는, 우리는 비용을 제외한 이익인 당기순이익을 남긴 뒤이므로 정명어패럴이 표절에 따른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가격을 얼마 매길 것인지 남경필 섬유본부장이 궁금해서 묻자, “네. 제품 1개에 천 달러입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이 정도라면 모범답안을 준비한 것인데, 특수경비 노동자 한 분이 하이트-진로에서 경리부장을 하셨던 분이라 여쭈어보니, 정말 정신노동자들이 발표를 할 때에는 임원들의 궁금증에 답을 할 수 있도록 대답을 준비해서 말씀을 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쓰신 강원국 작가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말을 할 때에는 미리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게 실수를 덜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윤석렬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과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기간에 보여주는 망언들이다. 이는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독자들이 윤석렬 대통령의 망언들을 냉정하게 판단하면 공감할 생각이다.


각설하고, 작가의 빈틈없는 자료조사는 매우 놀라워서, 성 베드로 대성당을 고치는 공사를 할 때에 사용할 유리를 바티칸에 납품할 때에 델 로치 상사와 입찰을 벌인 메디치 가의 루시아니 공녀가 입찰에서 이긴 안토니오를 축하하기 위해 선물한 손수건이, 깊은 신뢰를 담은 선물이라는 역사까지도 말하고 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2023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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