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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Apr 17. 2024

시인들, 두릅나무를 찬하다.

고려대학교 송혁기 교수님의 글을 경향신문에서 읽다. 2024. 4. 17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4162144005

이미지 곧 그림으로써 인간의 오감을 표현함으로써 지성까지 표현한다는 문학이론(고전학자인 박영민 교수의 강의)을 송혁기 교수님이 인용하신 한시를 읽으면서 느낌.     

저촌 심육의 마음이 이랬을까. 지인이 보낸 두릅나물 한 광주리를 받고 심육은 앓고 난 입안에 맑고 새로운 기운이 생겨난다면서 흥에 겨워 시를 지었다. “강변 살아 산이 아득히 멀기만 한데, 맛깔스러운 두릅나물이 밥상에 올라왔네. 헤어진 뒤에도 여전한 벗의 마음 느끼며, 보배 같은 산나물 맛에 파안대소한다오.”     

저촌 심육 시인은 벗이 보내주신 두릅을 보면서 “맛깔스럽다”, “보배 같은 산나물 맛”이라고 느끼는 오감을 쓰고, 두릅을 산에 가서 얻지 못하는 아쉬운 생각과 벗이 보내주신 두릅을 먹으며 벗의 따뜻한 마음, “여전한 벗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여전한 벗의 마음을 느끼며 보배 같은 산나물 맛에 파안대소한다오.”라면서 “산나물 맛”이라는 후각 그림으로써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인들은 두릅을 보고 맛보면서 기쁘다, 맛있다는 느낌을 명사에 집중해서 쓰기와 미각이라는 그림으로써 쓰고 있다.     

낙하생 이학규가 두릅나물을 찬송하며 지은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맛 좋은 나물이 나무 끝(木頭)에서 솟아났네. 붉은 끄트머리 뾰족 내밀었고 푸른 가시마저 부드럽구나. 육포를 대신할 만한 산중의 진미로다.” 딱딱하고 거칠어서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나뭇가지 끄트머리에서 연하디 연한 초록의 새순이 살포시 돋아나는 모습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겨내는 봄날의 기적이 그대로 담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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