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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Aug 14. 2024

《구약촬요》(성공회출판사)

처음 성공회 선교사들의 문서선교와 근대국어의 역사


이레네오 부제님께 선물로 받은 《구약촬요》(성공회출판사)는 성공회 선교사인 존 코프(고요한)주교가 한글로 쓴 구약성서 이야기이다. 옛 한글로 구약성서의 이야기들을 쓴 터라 마치 《홍길동전》, 《춘향전》과 같은 고전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야곱, 에사오처럼 히브리어로 썼을 사람 이름들도 야고보, 이서처럼 한자의 소리를 빌려 쓴 터라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그래서 읽음이 즐겁다. 

집에 오면서 야곱과 에사오 이야기를 읽었다. 이사악과 에사오가 장자권 곧 큰아들이 재산의 3분의 1을 더 받을 권리(《이스라엘의 역사》라는 책에서 읽음)와 아버지의 축복기도를 놓고 경쟁을 벌이다가-심지어 야곱은 성정이 얌전한, 작은 아들을 편애하는 엄마인 리브가의 도움을 받기까지 한다.-, 형제간의 난으로 이어질 위험으로 치닫자, 피난을 가고, 사악한 외삼촌 밑에서 무려 14년을 대가없는 노동을 한다. 

마치 김유정 작가가 쓴 단편소설 《봄봄》에서 점순이와 점순이의 키가 자라면, 혼인시켜주겠다면서 데릴사위를 부려먹는 못된 장인처럼 외삼촌 라반은 조카가 예쁜 라헬을 사랑하자, 이를 악용하여 무려 14년이나 부려먹는다. 7년을 부려먹고, 첫날밤에 레아를 야곱에게 보내고, 잠에서 깬 야곱이 항의하자, “우리 동네에서는 여동생이 먼저 결혼하지 않는다.”라고 뻔뻔스레 말하면서, 7년을 더 부려먹는 것. 물론 야곱은 사랑을 위해 14년을 버틴다. 실제 《구약촬요》와 《성경전서 한글개역판》은 “야곱이 라헬을 사랑하여, 7년을 수일같이 여기더라.”라고 기록한다.

그럼에도 야곱은 꾀를 내어 재산인 가축들을 불린다. 구약촬요에는 나오지 않는데, 라반이 “공짜로 자네를 부려먹을 수 없으니, 얼룩 양과 염소를 주겠네”라고 말한다. 물론 얼룩 양과 염소는 치워서 보이지 않게 하고는, 뻔뻔스레 계속 공짜로 부려먹겠다는 심산이다. 그러자 야곱은 백양나무 가지를 양과 염소들이 물을 마실 때 보도록 하여, 얼룩 양과 염소를 임신하게 한다. 그러고는 얼룩 양과 염소를 가진다. 진짜 그러한지는 모르지만, 고대 서아시아 유목민들의 꾀였다고 판단한다. 이를 보고는 전 이종사촌, 현 처남들이 “야곱이 우리집에 오더니, 아버지보다 더 부자가 되었구나.”라고 못마땅해하고, 라반도 전 조카, 현 데릴사위를 못마땅해하자 분가를 한다. 

요단강을 앞두고-실제로는 얍복강 또는 야뽁강인데, 잘못 기록한 듯하다.-, “천주”(원문은 텬쥬)께 기도를 한 후에 형에게 가축을 보내어 화해를 청하고, 다음날 정말 화해를 한다. 야곱과 이사악 모두 장자권이니, 아버지의 축복이니 하는 것 없이도, 잘 살고 있었다. 이 문장에서 “이렇게 화해하고 잘 살 것이라면 왜 싸운 거야?”라고 허탈해졌지만, 행복한 결말이다. 계속 읽어도 재미있겠다.

여기까지는 독자의 생각이고, 국어사학자들이 한글과 종교를 연구하거나 강의를 할 때, 개신교 선교사인 로스가 평안도 지역민들의 도움을 받아서 서북 방언으로 펴낸 로스역 《신약성서 누가복음젼서》를 처음의 신약성서로 소개하는데, 성공회에서도 문서선교에 깊은 관심을 보인 선교사인, 고요한 주교가 《구약촬요》로써 한글성서를 펴낸 기록이 있음을 같이 연구하시면 좋을 듯하다. 1890년에 성공회 선교사들이 영국에서 조선에 와서 선교활동을 시작한 시기에, 조선인들이 쓴 우리글을 이해할 수 있어서, 필자처럼 국어사를 공부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공부꺼리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책날개를 보니 한글로 쓴 신약성서인 《조민민광》(원제:죠민민광)을 소개하는데, 아쉽게도 구하지 못했다. 교보문고 앱을 써 봐도 나오지 않아, ‘성공회 출판사에 문의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24-8-14 오후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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