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시작

"아버지의 꿈은 무엇입니까?"

by 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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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모님이 어릴 적 어떻게 살았고, 꿈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당신의 삶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어무이는 어릴 때 뭐가 되고 싶었노?"

"엄마는 군인, 군인 아니면 고속버스 승무원"


이렇게 말씀하시며 웃으신다. 제복을 입은 모습이 멋져 보였단다.


"아부지는요?"

(한참 동안 뉴스를 보시더니...)

"고마됐다. 이미 지나간 거 말해서 뭐하노"


역시 무뚝뚝한 나의 아버지


세계여행을 떠나기 몇 달 전 아버지와 산책을 했다. 동네 공원에 앉아 아버지께 세상을 둘러보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니 예전에 아버지 꿈이 뭔지 물어봤제?"

"네, 뭔데요?"

"대장"


아버지의 꿈은 군인이었다. 아차 싶었다.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이력이 있다. 군생활을 두 번 했는데, 의무복무로 해병대에서 2년, 대학교 졸업 후 직업군인으로 육군에 입대하여 3년을 보냈다. 내가 다시 군대에 간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반대하셨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생각을 이해해주셨다. 혹시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셨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아버지의 옛날이야기

아버지는 7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위로 형님이 두 분 계시고 누님이 한분 계시는데, 나의 큰아버지께서 공부를 시켜야 된다고 하여 아버지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했다. 군인이 되기 위해 공군에 지원했는데 신체검사에서 불합격을 했다. 해군에 지원했을 때는 입교를 했는데 알고 보니 신체검사를 가입교 기간에 하였고 결국 퇴교를 했다. 결국 취업을 위해 현대그룹으로 시험을 쳤는데 마지막 신체검사에서 또 불합격을 했다. 아버지는 눈에 문제가 있었다. 적록색약이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났다.


어릴 적 여동생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아빠! 또 내 칫솔 썼제?"


명절날 할머니 댁에 모여 사진첩을 보던 중 군복을 입은 아버지가 있었다. 사촌누나가 말했다.

"삼촌, 방위 나오셨네요?"

언젠가 성인이 되어 아버지 사진을 다시 보고 싶어 찾았는데 보이질 않았다. 어머니께 들은 바로는 아버지께서 사진첩을 불태웠다고 했다.


아버지께선 젊은 날, 우리가 말하는 청춘일 때 받은 고통이 너무나 컸다. 삼촌에게 물어보니 그 당시 나의 아버지는 세상을 아주 비딱하게 보았다고 했다.

아...... 이미 겪은 고통을 본인이 낳은 자식과 조카한테서 또다시 받고 있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죄송하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동안 고생하며 살아왔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내가 이렇게 여행을 가도 되는 것인지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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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잘 보고 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