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보고식 성격검사
MBTI가 여전히 인기다.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동생이 저녁식사를 하던 중 나에게 물었다.
언니는 MBTI 믿어?
오랜만에 가지는 저녁식사 자리였기 때문에 MBTI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진지한 생각 꾸러미를 내놓기 어려웠다. 그냥 간단하게 대답했다.
김경일 인지심리학자가 이렇게 말하더라.
지난 3년 간 내가
어떤 사회적 얼굴로 살아왔는지 비춰보는
거울로 생각하면 된다고.
MBTI는 신뢰할만한 심리성격검사가 아니다. 간단하게는 심리상담센터나 정신의학과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개인의 성격 및 심리를 알아보기 위한 측정 도구로 MBTI 검사를 권유하는 곳이 없다. MMPI, TCI. CST 등을 활용한다.
MBTI는 '자기 보고식 검사' 형식을 취한다. 스스로 읽고 판단해서 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성실한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응답자가 스스로 '나는 계획적이고, 부지런하다'라고 응답하면 그런 사람이 된다. 마지막 알파벳 자리에 Judging이 나온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과대보고 할 수 있고, 왜곡된 응답을 할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고의로 솔직한 대답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 즉, 좋게 보이려는 태도(faking-good)와 나쁘게 보이려는 태도(faking-bad)를 측정하기 위한 문항들이 포함되어 있어야 검사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자기 보고식 검사(예 : MMPI)는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하기 위해 왜곡 반응 정도를 감지해 내는 문항이 포함되어 있다. 타당도 척도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동일 문항을 긍정문 또는 부정문으로 바꾸어 제시하며 일관성 있게 반응하는지 반응경향성을 보는 것이다.
MBTI가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더욱 그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애초에 MBTI는 홈스쿨링으로 딸을 가르치던 엄마(Myers)가 딸(Briggs)에게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Type)이 있단다(Indicator)'를 알려주기 위한 자료였다. 2 ×2 ×2 ×2. 16가지 경우의 수를 보여주며 딸에게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려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다.
에너지방향(Extraversion, Introversion)
인식 기능(sensing, intuition)
판단 기능(Thinking, Feeling)
생활양식(Judging, Perceiving)
갓 금융기관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MBTI 검사를 하면 대부분 I가 나온다고 한다. 보수적인 집단에 갓 들어간 신입사원은 일단 경청하며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데 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 임원이 MBTI검사를 하면 대부분 E가 나온다고. 회의를 주최할 뿐 아니라 말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낸다.' 문항에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하게 되는 것이고, 첫 번째 알파벳 자리에 E가 찍힌다.
너 T야?
너 F야?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이 불편하다. 상대방에게 삼음절로 질문하는 것도, 스스로 T냐 F냐 규정해 버리는 것도 안타깝다. 대화와 관찰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알파벳 4개로 상대를 먼저 크게 파악해 보겠다는 태도는 어쩐지 단정 짓는다는 인상을 준다. 16가지 유형으로 상대를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는 쉽고 경제적이라 끌리는 것일까?
MBTI로는 성격을 파악할 수 없다.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존재를 낙인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김경일 인지심리학자는 <마음의 지혜>에서 이 부분을 명쾌하게 짚는다. MBTI는 시작부터 인간의 다양성을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사회가 다채롭다는 것을 즐기기 위한 첫출발로 즐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