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피할 수 없는 불행을 만난다면

by 김지애


굵은 비가 내리던, 늦은 밤.

시청역에서 발생한 황망한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후 애도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요 며칠을 보냈다.


미래에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한 두려움이나

덧없는 인생에 대한 허무함은 아니다.


오히려 나에게 '참 애쓰고 있지?'

위로와 따뜻함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미래를 위해 애쓰는 만큼, 지금의 나를 위해서도 애써줘.


오늘의 내 실수를 한번 더 여유 있게 바라봐주고

오늘의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챙겨주고

오늘 나의 뻐근한 뒷목을 먼저 살펴봐주고

오늘의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서 들려주기


한 생애의 생몰연대

나의 인생도 언제 마무리될지 모르지만

출생에서 죽음까지

직선으로 쳇바퀴 돌며 내달리는 과정이 아니라

출생과 죽음 사이에

다채롭고, 화사하고, 말랑말랑한 마디들을 만들면서 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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