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자밥이 뭐야?

by 김지애
사자밥을 시켰어.


엄마는 10만 원을 추가로 더 내고 사자밥을 시켰다. 장례지도사 직함을 가진 50대 후반의 경상도 아저씨가 내가 저승사자 친구요 하는 인상을 풍기며 다가왔다. 울림통이 큰 목소리로 인상을 팍 쓴 후 과장된 표현으로 주문을 외우며 창을 했다. 자잘하게 근엄했던 장례지도사는 나와 동생에게 몇 번씩 절을 시켰다. 세상에. 갑자기 저승사자에게 절을 해야 했다.


사자밥의 정식 명칭은 '저승사자 밥'. 할아버지를 저승으로 모시고 가는 저승사자가 할아버지의 넋을 괴롭히지 말라고 대접하는 상이 었다. 작은 상에는 흰 밥, 된장, 소금이 고봉으로 담겨 있었다. 왜 짠 음식만 내놓았을까 싶었는데 저승사자가 짠 음식을 먹은 후 물을 자꾸 들이켜도록 해서 할아버지를 천히 데리고 가라는 의미 었다.


한국 민속신앙 대사전에 사자밥을 찾아보았다. 일단, 무속신앙이었다. 해당 사전에서는 저승사자 자체의 유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자밥의 유래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추측 건데 중국의 불교와 민간 도교가 혼합되면서 저승사자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어쩐지 장례지도사의 태도나 분위기가 샤머니즘의 느낌을 확 풍긴다 했다.


한국 민속신앙 대사전 → 무속신앙 → 제물 → 저승사자밥
저승사자밥 : 유교식 상례나 망자를 천도하는 굿에서 저승사자를 위해 차리는 음식 상차림.


엄마는 저승사자의 존재에 대한 일말의 믿음 같은 게 있어서 저승사자에게 10만 원짜리 밥을 대접한 것일까? 장례식장은 2분 만에 10만 원을 벌어갔다.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고 죽은 사람의 넋을 데리러 오는 일을 하는 심부름꾼. 고인이나 저승사자나 염라대왕이나 다 죽은 처지이고, 산 사람도 100년도 안 돼 죽을 처지인데 저만 특별한 존재라는 듯 드러낸다. 전설이나 설화 속 캐릭터에서 그치지 못했다. AI가 글을 쓰고 집도 짓는 현대에도 일부 사람들은 그에게 실제로 밥상을 차려주고, 절을 한다.


나는 저승사자가 우리 전통도 아닌 것이, 내용도 없는 것이, 지금까지 무게 잡고 있다니. 속으로 넌더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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