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팥쥐아재 Oct 24. 2022

하나씩 나보다 잘하는 게 생긴다

아이들 덕분에 성장하는 나날들

한동안 속담에 빠져있던 첫째가 오랜만에 종이접기를 하자고 했다. 전날 첫째가 속담 책을 읽고 있을 때 둘째와 종이접기를 했는데 샘이 났나 보다. 내가 둘째에게 만들어 준 종이 스포츠카를 두고 실랑이하다 조금 망가졌는데 둘째는 둘째대로 속상해서 울고, 첫째는 첫째대로 분이 안 풀려 울먹였다. 결국 둘을 중재시키기 위해 종이접기 모드에 돌입했다.


둘째도 제법 잘 접기는 하지만 아직 첫째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더구나 30분이 넘는 분량의 영상을 집중해서 보며 따라 접기는 아무래도 힘에 부친다. 결국 10분쯤 지나 둘째는 "아빠가 만들어 줘."를 시전 하며 자리를 떴다. 종이박스로 만든 자동차를 가지고 셋째와 놀아주었기에 아무런 방해 없이 첫째와 종이접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건 그거대로 고마운 일이다.


30분을 넘게 집중하여 만든 끝에 드래곤 3마리를 만들었다. 평소 같으면 내가 2개, 첫째가 1개를 만들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중간중간 아내와 집안일을 하느라 자리를 비울 때 첫째가 둘째 드래곤까지 접어준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도가 높고 종이 접는 스킬까지 상당히 늘어 이제는 내 도움 없이도 잘 만든다. 오히려 나보다 더 잘 만들 뿐만 아니라 기억력이 좋아 영상을 다시 보지 않은 채로 똑같이 접기도 한다. 늘 옆에서 챙겨주고 알려줘야 하는 입장에서 조금씩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하나씩 나보다 잘하는 일이 늘어가는 첫째를 보면 대견하면서도 너무 빨리 성장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든다. 어쨌건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나를 능가하는 건 기분 좋은 경험이다. 앞으로 그런 일들이 더 많아지겠지? 모쪼록 내가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구박이나 하지 않았음 한다. ^^;;


이후에도 첫째는 드래곤 5마리를 더 만들었다. 파란색, 은색, 노란색으로 만들었기에 블루드래곤, 실버드래곤, 골드드래곤이라고 명했다. 내가 가진 판타지 지식을 더해 색깔별로 속성, 마법 등을 알려주었고 잠들기 전에는 동화를 만들어 들려주었다. 요즘 글 쓸 시간이 부족해 동화 쓰는 속도가 매우 더딘데, 그나마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덕분에 감을 유지하고 있다. 언제나 아이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꿈을 위해 도전하게끔 만들어 준다. 오랫동안 꿈을 잃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부모에게 꿈을 꾸고 도전하게 만들어주는 아이들.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을까 싶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며 자란다.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그리고 꿈을 꾸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모범이 되어야겠다.


첫째는 긴장하면 손에 땀을 많이 흘렸다. 종이접기를 할 때 땀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체질이 많이 개선되었는지 예전처럼 땀을 흘리지 않는다. 덕분에 종이접기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상황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늘 지금처럼, 조금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도 비워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