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쥐아재의 동화이야기
나는 원래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어릴 때는 물론 군대에서도 일기를 썼고,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일기와 시, 에세이, 그리고 가끔씩 소설을 썼다. 그러나 사회생활에 점점 익숙해짐에 따라 책을 읽기보다는 담배를 물었고, 글을 쓰기보다는 술잔에 술을 따르는 일이 많아졌다. 책과 글은 점점 더 나와 멀어졌고 어느 순간 빛바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아빠는 꿈이 뭐예요?
언젠가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나에게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꿈을 잃고 살아간 지 너무 오래되었으니까... 남들처럼 공부하고, 남들처럼 대학에 가고, 남들처럼 회사에 취직해서, 남들처럼 자본주의라는 사회에 갇혀 쳇바퀴 도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온 아이의 질문 하나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을지를...
그때부터였다. 손에서 담배와 술잔을 내려놓고 책과 펜을 든 것이. 처음에는 금방 잡생각이 나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글을 써야 하는데 첫 문장을 쓰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다. 몇 번이나 포기할까 싶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질문을 떠올렸다. 아이의 질문에 떳떳하게 답해줄 아빠가 되고 싶었다.
오랫동안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 꿈은 도대체 무엇인지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면 버킷리스트를 썼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써놓은 버킷리스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욕망이 바뀌었고 그때마다 버킷리스트를 수정했다. 그러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더 이상 버킷리스트가 수정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버킷리스트 제일 윗줄에는 "동화작가 되기"가 쓰여있었다.
첫째는 책을 좋아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내 무릎 위에 앉아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나란히 누워있으면 읽은 책이 못내 아쉬웠는지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아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차츰 아이가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좋아하는 "표범, 스컹크" 등과 같은 동물을 제시어로 던져주면 나는 그걸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한 번 듣고 잊어버릴 줄 알았던 이야기는 며칠 후 다시 요청하는 아이 덕분에 스토리가 더 매끄러워졌고, 아이를 위해서 글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와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몇 군데 교육과 세미나를 참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마침 그때 아내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취업을 위해 영상미디어를 전공한 아내는 다시 손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동화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니 함께하는 취미가 생긴 셈이라 아내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게 한 편씩 동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더 간절하게 꿈을 꾼다. 나에게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을 것 같았던,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그 꿈이 나에게 다시 찾아왔음을 느낀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는 사실 꿈을 꾸기에 조금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늦게 시작한 만큼 천천히 가보려고 한다. 가족의 생계는 물론 현실적으로 마주한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글 속에 감정을 담는 능력이 조금씩 더 향상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동화속에 내 감정과 감동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앞으로 1년 후가 될지, 아니면 10년, 2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묵묵히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고 싶다. 무엇보다 든든한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하기에, 용기를 가지고 꿈을 이루어 내고 싶다. 동화작가라는 그 소중한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