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드슨의 <프렌치 디스패치> 후기
영화는 보는 것일까, 읽고 해석하는 것일까, 느끼는 것일까? 그런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천재성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다음 영화에서 또 어떤 이미지, 어떤 스토리, 어떤 몰입감을 우리 앞에 펼쳐 놓을까?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도시탐방 섹션과 예술 섹션과 정치 섹션 그리고 음식과 식당 섹션으로 구성된, 다소 두껍고 때로는 심각한 내용이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발랄하며 모던하고 리버럴 하며 가끔은 다소 수다스럽다고도 느낄 수 있는 잡지, 그리고 영어와 프랑스어를 특별한 기준 없이 혼용하고 있는 이 정기간행물의 컨셉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이런 잡지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감각기관을 통해 감지하고, 그러니까 나는 손끝으로 종이의 물성을 느끼면서 눈으로는 표지 디자인과 편집 디자인된 활자들을 보고, 동시에 나의 내면에서 작동하는 정신작용을 통해 스토리를 읽고 해석하는 것, 그리고 그 결과물과 나의 정신 내면의 기존의 무엇인가가 결합해서 때로는 나의 정신을 흔들거나 혹은 확장하는 것.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를 관람할 때 나타난 현상들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프렌치 디스패치>는 관객의 감각계와 정신계의 활동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영화다. 그 활동의 결과가 유의미한지 무의미한지, 혹은 심오한지 통속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그 감각작용과 정신작용이 관객에게 흥미로움과 희열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는 생각은 대체로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