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자인 선배의 이야기
모두가 그 선배가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 그 선배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부 시절에는 화장도 하지 않고 다녔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모든 종의 암컷 또는 수컷은 짝짓기 시기에 화려한 외형을 드러내니까, 자신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신 듯했다.
석사시절, 우리가 자주 가는 바가 있었다. 학교 근처의 작은 바로 우리는 밤에 연구실에서 나오면 가끔 들르는 맥주와 칵테일이 싸지만 맛있는. 술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마음이 따뜻한 바텐더 사장님. 매니악한 음악이 흐르는 곳. 우리는 이곳에서 아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날 건너 건너 알고 있었던 졸업한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학과에서는 드물게 진화심리학*에 빠져있던 선배. 여자 선배였던 그 선배는 심리학과에서도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친하게 지내고 보면 자기주장이 강한 개성 있는 선배였다(예전 나의 글을 읽어보면 이미 알겠지만 심리학자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여자선배였는데, 안경을 쓰고 외모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던 선배는 학부를 졸업할 무렵에 진화심리학에 빠져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맹신하기 시작했다. 다들 그 선배가 대학원에 진학을 할 거라고 여겼는데, 모두의 예상대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얼마 안 된 어느 날 선배는 사라졌다. 그 당시에 모두들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였으나 몇 년이 지난 후, 선배의 가장 친한 친구인 선배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는 많이 놀라웠다.
진화심리학을 맹신하던 선배는 자신의 세대와 자신 후세대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이번 자신의 세대에서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 유전자의 퀄리티를 높여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즉, 유전자가 좋은 남성을 만나 결혼을 해서 싹이 좋은 자손을 남기는 것.
이것이 선배 인생의 다음 목표가 된 것이었다.
선배의 생각으로는 유전자가 훌륭한 남성을 만나려면 본인의 외모부터 훌륭히 가꿔야 한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모든 종의 암컷 또는 수컷은 짝짓기 시기에 화려한 외형을 드러내니까,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신 듯했다. 선배는 일단 살을 빼고, 성형수술을 하였다. 학부 시절에는 화장도 하지 않고 다녔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일단 외모 변신에 성공한 뒤, 선배는 몇 년 만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선배에게 연락해 자신의 인생의 다음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토록 심리학의 이론을 인생의 가치관이자 철학으로 받아들인 사례는,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이 선배가 유일무이할 듯하다. 이후 전해 들은 바로는 그 선배는 꽤 규모가 큰 자산가와의 결혼에 성공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두 번째 이론을 증명해 나가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다.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은 인간의 행동과 인지를 진화적 적응의 산물로 설명하려는 심리학 분야이다(Buss, 2019).
< 참고문헌 >
Buss, D. M.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6th ed.).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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