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시대4: 무형추구의 반작용

무형이 낳은 유형의 욕망

by 유기적 시선

AI와 데이터, 알고리즘의 시대에 인간은 점점 ‘무형’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손으로 만들지 않고, 몸으로 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은 화면 속에서, 언어와 정보의 층위에서 흘러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 무형의 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유형의 세계를 동경한다.

워크웨어(work-wear)가 유행하고, 마라톤과 피트니스 열풍이 일고,

걷는 여행을 즐기고, 향기를 맡고, 오감(五感)을 되찾으려 한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무형의 발달이 부른 균형의 반작용.


즉, 융이 말한 ‘상반된 긴장의 역동(tension of opposites)’, 동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중도(中道)'가 작동하는 장면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인간의 정신 속 세계'는 스스로 균형을 되찾으려고 한다.

즉, 인간은 본능적인 심리적 항상성(Homeostasis)을 추구하며, ‘정도(正道)’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그렇다면 현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다섯가지 감각이 어디를 향해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 이제 2026년 '신경계를 자극하는 경험'들이 무엇들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훑어보기로 하자.




시각: 과잉된 감각의 반동


시각은 이미 넘치도록 충족되었다.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휴대폰과 모니터를 바라보며 산다.

하지만 그 시각은 질감이 없는 시각이다.

빛의 패턴만 있고, 온도나 깊이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각의 과잉 속에서 ‘촉각적인 시각’을 갈망한다.

워크웨어, 거친 질감, 낡은 색감, 내추럴 원단—

이것들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보는 감각의 회복’이다.

눈으로 만지고 싶은 욕망, 시각의 촉각화(visual tactility) 가 시작된 것이다.




후각: 무형과 유형의 경계


후각은 오감 중 유일하게 유형이면서 무형인 감각이다.

보이지 않지만, 실제 입자가 코를 통해 들어와 신경을 자극한다.

그래서 향은 물질이지만 동시에 정신의 언어가 된다.

요즘 향수, 인센스, 향초 문화가 다시 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각은 디지털 시대의 감정 회복 장치,

무형의 세계와 유형의 몸을 이어주는 감각의 교차점이다.




미각: 뇌와 가장 가까운 감각의 축제


음식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유형의 경험이다.

그래서 무형의 시대에 사람들은 맛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확인한다.

먹방, 맛집 등 각종 푸드 콘텐츠들의 인기는 단순히 식욕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을 잃어버린 시대가 만들어낸 일종의 '축제'이다.

남이 먹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뉴런이 반응하고 뇌는 마치 자신이 먹은 것 처럼 느끼지만,

결국 먹방은 감각의 결핍을 해소하려는 가상적 행위이자, 유형의 피난처이므로 종국의 사람들은 맛집들을 향한다.




청각과 촉각: 신경의 실재


공간음향, 바이노럴사운드, ASMR...음악과 춤 역시 같은 맥락이다.

AI가 음악을 만들어도 인간은 여전히

‘내 신경이 흔들리고, 내 몸이 반응하는가’를 기준으로 감동을 느낀다.

청각은 리듬을 통해 신경을 자극하고,

춤은 그 리듬을 몸으로 되돌려주는 감각의 순환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마지막 감각은 촉각이다.

촉각은 실재와 가장 가까운 감각이며, 조금이라도 어설프면 인간은 당장 그것을 거짓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인간이 실체를 직접 만지는 순간 그것은 진짜가 된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대는 ‘촉감의 르네상스’로 향할 것이다.

천연 소재, 수공예, 스킨케어, 햅틱 기술, 감각적 공간—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다시 “실재를 믿고 싶어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결론: 감각의 시대


무형의 시대에 인간은 다시 감각을 추구한다.

시각은 질감을, 후각은 기억을, 미각은 위안을, 청각은 몸을, 촉각은 실재를 되찾기 위해 진화한다.

결국 지금의 문화 트렌드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무형의 시대, 인간은 다시 ‘오감’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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