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에 대해
한동안 철학 이야기만 한 것 같으니, 이번에는 내 정체성이기도 한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세 갈래의 심리학자
심리학자는 다양한 경로로 심리학자가 된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서 출발한 사람들이다.
크게 나누면 세 갈래로 볼 수 있다.
①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심리학자,
② 사회복지학과 및 자격 기반의 심리학자,
③ 심리학과 출신의 심리학자.
이들은 의대를 기반으로 하거나, 심리학 전공 후 의대에 진학해 정신분석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의사이기 때문에 내담자를 ‘환자(patient)’로 본다.
그들의 상담은 진단과 치료의 연장선에 있고, 상담실 옆에는 약물이 있고, 때로는 병실이 있다.
그들은 인간을 치료의 대상으로 본다.
‘이해’보다 ‘교정’에 가깝고, 감정보다 ‘증상’을 본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는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동시에 권위가 있다.
사회복지학, 미술치료, 놀이치료 등에서 출발한 심리학자들은 대체로 ‘상담심리’의 영역에 가깝다.
이들은 감정의 언어를 잘 다루고, 공간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공감이 중심이고, 관계가 매개이다.
그래서 내담자는 “이 사람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기본적인 ‘신뢰의 온도’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들의 접근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데이터보다는 인간을 먼저 본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들은 인간의 복잡함을 수치로 환산하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 전체’를 본다.
이들은 말 그대로 ‘심리학(心理學)자’이다.
사람마음의 이치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
실험, 통계, 연구, 분석...
이들에게는 이러한 작업들이 일상이며, 필수이다.
이들은 내담자를 환자(patient)로도, 친구로도 보지 않는다.
그저 탐구의 대상으로 보며, 인간을 데이터를 통해 해석하려고 한다.
공감보다는 관찰, 감정이입보다는 해석에 익숙하다.
그래서 이들은 상담 중에 불필요한 언어를 던지지 않는다.
특히 ‘투사(projection) 금지’—내담자가 상담자에게 감정을 전이하지 않도록 표정 하나, 시선 하나까지 통제하며 훈련받는다.
냉정해 보이지만, 그건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감정에 휘말리면 둘 다 무너진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 두가지 갈래에서도 상담시 '투사 금지'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심리학과 출신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때도 감정을 배제하고 실험설계를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부류의 심리학자들 중에는 사람에게 냉담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 부류에는 저자인 나도 포함한다.)
이 세 부류의 심리학자들은 같은 인간을 마주하지만, 전혀 다른 언어로 인간을 본다.
정신분석학자는 인간을 치유의 대상으로,
사회복지 기반의 심리학자는 공감의 주체로,
심리학과 출신 심리학자는 탐구의 객체로 본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어떤 거리에서 바라보느냐의 문제다.
누군가는 한 발 물러서 보고,
누군가는 한 발 다가서며,
또 누군가는 감정의 거리마저 계산한다.
사람들은 모른다.
퇴근 후의 심리학자들이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는지.
같은 인간을 다루지만, 그들의 일상과 감정의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하자.
오늘은 일단, 같은 ‘심리학자’라는 단어 안에 서로 다른 세 개의 세계가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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