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에 대해②
'발달심리 전공자는 발달에 문제가 있고, 성격심리 전공자는 성격에 문제가 있고, 사회심리 전공자는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다.'
나는 사회심리학 전공이다.
돌아보면 사회성이 극히 없는 INTP이기도 하다.
반사회적 성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늘 사회제도와 집단문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 구조에 불만을 품는 사람이었다.
아마 불만에서 비롯된 의문들이었으리라.
심리학과에 입학했을 때 나는 예전에 잃어버렸던 형제들을 찾은 기분이었다.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하고, 감정과 성격이 결코 ‘무난하지 않은’ 사람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름을 굳이 맞추려 하지 않고 '생긴 그대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다.
어쩜 이런 사람들만 모아놓았을까?
평소 교실이나 거리 또는 모임에서 한두 명 볼까 말까 한 사람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OT 때의 장면도 생생하다.
그때 내 머리는 허리까지 오는 보라색 긴 머리였고, 빨간 보드복을 입고 있었다.
선배들은 나를 눈에 확 띈다며 좋아했고, 초면인데도 끊임없이 장난치고 괴롭히더니 하루 만에 학생회 체육부장을 ‘시켜버렸다’.
맞다. 당했다. 체육부장을 당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들의 눈에도 내가 딱 심리학자였으리라.
학생회 선배들은 하나같이 개성 강한 괴짜들이었다.
가장 술 잘 마시고 사람 좋아하는 선배가 회장이었고, 술집 아르바이트로 단련된 꼼꼼하고 손 빠른 선배가 총무였다.
그 총무는 MT 때마다 드럼통만 한 대형 통에 레몬소주를 제조해 페트병에 담았고, 기업 협찬까지 받아오는 넉살을 가지고 있었다.
글을 잘 쓰고, '도(道)'에 관심이 많은 선배는 신춘문예에 등단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 선배도 있었고, 사회제도에 분노한 운동권 선배도 있었다.
그중 가장 잊히지 않는 선배가 있었다.
IQ 180이라 초등학교 때 검정고시를 끝내고, 사춘기 반항기로 10년을 놀다가 스무 살에 제때 수능을 봐서 들어온 선배.
나중에 그 선배가 아시아지부 보험왕이 되었다는 소문은 학과 전설처럼 퍼져 있었다.
이렇게 다들 자기 세계가 뚜렷하였지만 이상하게 다툼은 없었다.
아마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분위기 덕분이었겠지.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그들은 구속을 끔찍이 싫어하고, 어디에 속박되는 것을 혐오하였다.
그게 심리학과 사람들의 공통점이었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철저한 개인주의자이다.
왜 그런 사람들이 한 과에 모여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사회적으로 모여야만 할 때 엄청나게 단합이 안 된다.
다툼이 없는데 왜 단합이 안될까?
이 아이러니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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