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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현 Jan 30. 2023

언어와 시간, 불안과 소통, 그리고 외계생명체

영화 <컨택트(Arrival,2016)>




<컨택트(Arrival,2016)>


✔ 영화 정보 

컨택트 l Arrival

개봉: 2017.2.2

감독: 드니 빌뇌브

장르: 드라마, SF

국가: 미국




1.


근대 언어학자 소쉬르는 ‘우리는 언어의 수만큼 경험한다’고 말했다.


1987년 WHO가 10개국 각각 5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여성이 월경과 관련해 비슷한 신체적 증상(급성 복통, 유방통, 각종 통증)을 보이는데도 그것과 관련된 기분 변화(신경 과민, 신경질적인, 집중하기 어려움)는 ‘서구적 담론’임을 밝혔다.


자칫 위 연구결과의 시사점을 ‘월경시의 기분 변화는 사실 관념적인 것이며 가짜이다’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월경의 호르몬 증상이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떠난 것이며 다만 ‘담론’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하는 맥락이다. 담론은 ‘일련의 언어구조’ 라고 간단히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러니까 다른 문화권에 비해 서구에서 좀 더 호르몬과 관련된 언어로 월경에 접근했다는 것이 시사점이다.



언어는 기호이다. 기호의 가치, 의미는 생득(生得)적이지 않고 부여된다. 즉,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만물은 언어로써 한 번 가공된 것이다. 조상들에 의해, 역사에 의해. 월경이 기분적인 신체 증상으로 가공 되었듯, 우리의 사고 체계는 언어, 담론으로 얼마든지 가공되어졌다는 것을 누구든 한번은 깨달을 필요가 있다. 영화 컨택트(Arrival, 2016)는 그것을 깊게 시사한다.



2.


가장 대표적으로 내가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미래의 불확실에 대하여 상당 순간 불안해한다. 하지만 영화 컨택트(Arrival, 2016)를 비롯한 ‘시간’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은, 미래를 미리 아는 것이 재앙이라고 되려 이야기한다. 그 의도는 간단한 질문으로 갈무리된다.


‘당신은 이미 끝을 알면서, 무엇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네, 라고 답하는 숭고함만이, 미래를 예견함의 무게를 견디게 할 것이다. 인간이 결코 숭고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필경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모든 여정과 끝을 알면서 그것을 매 순간 받아들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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