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털처럼 쌓이는 것

삶의 알레르기

by 최오도

아침에 일어나자 한쪽 눈이 꺼끌꺼끌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손이 저절로 눈을 비벼대고, 억지로 눈물이 나게 해도 봤지만 불편함은 계속되었다. 확대 거울 앞에 오른쪽 눈을 까뒤집어 다래끼라도 났는지 들여다봤더니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았을 실오라기 같은 고양이 털 하나가 눈동자 위에서 겉돌고 있다. 눈을 깜빡여서 겨우 빼냈더니 금세 불편함이 싹 사라졌다.


고양이랑 살기 위해서는 털로 인한 온갖 부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어떤 의사 말이 고양이 집사들의 몸에는 알게 모르게 먹거나, 눈과 코로 들어온 고양이 털이 계속 쌓이는데 그 양이 어느 선을 넘으면 털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도 새롭게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몸에 고양이 털이 싸라기눈 떨어져 쌓이듯 어딘가에 쌓이고 있지만 어느 선까지 차오를 때까지는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터럭은 입이나 코로 감쪽같이 숨어들어 들여 마시는 줄도 모르게 되고, 또 어떤 것은 오늘 아침처럼 눈자위 표면에 딱 걸려서 한참이나 몸을 성가시게 하다가, 꺼내진 후에도 눈동자의 붉은 흔적을 남기도 한다.


별거 아닌 터럭 놓고 아침부터 길게 쓰는 이유는 그냥 문득 삶의 많은 감정들도 고양이 털이 몸에 쌓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무 느낌이 없이 들어오고, 또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기도 할 것이고, 어떤 것, 별거 아닌데도 덜컥 가슴에 맺히기도 하고. 그런 감정의 찌꺼기들이 내 몸 어딘가에 소복소복 쌓여 있다가 일정한 농도와 양이되면 느닺없이, ‘약’ 없이 견딜 수 없게 되는 것이.


하도 여러 색깔의 감정의 잔여물들이 뭉쳐져 있어서 딱히 한두 색으로 표현될 수도 없는 류의 동요, 이것을 삶에 대한 알레르기라고 해야 할까. 알레르기는 본래 이물질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기 보호의 한 방편이므로 삶에 대한 알레르기라는 말은 그렇게 부정적인 의미가 될 필요는 없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