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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Jul 12. 202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스티그마(낙인)-장애는 우리가 가진 인식과 시각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

  할머니와 둘이 살아가는 조제(본래 이름은 쿠미코, 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를 할머니는 ‘이웃 보기가 부끄러워서’ 새벽에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시킵니다. 할머니에게 조제는 고장 난 물건이며 부끄럽고 세상에 도움이 못되는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스스로 이동할 수 없고 어려서부터 집안에 갇혀 지내다 보니 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누군가의 도움으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제는 할머니가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책이란 책은 모두 읽고 외울 정도로 학문을 사랑하는 지식인이며 음식도 너무 맛있게 요리하는 요리사였습니다. 호기심이 많아 산책을 좋아하는 데 유모차가 습격을 받아도 숨지 않고 부엌칼을 가져와 휘두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킬 줄 아는 여성입니다. 이와 같이 조제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똑똑하고 용감하며 자기주장이 뚜렷한 당찬 여성입니다. 


  스티그마(낙인) : 실제의 조제와 가상의 조제 우리는 어느 곳에 집중하고 있는가?

  대학생 츠네오는 야간에 마작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사장이 강아지 산책을 시키자 그 동네에서 유명한 할머니(유모차 안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모든 사람이 궁금해함)를 우연히 만나 도움을 준다. 맛있는 아침식사에 감동한 츠네오는 자연스럽게 조제와 친해지고 그녀를 낮에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장애를 가진 조제를 보는 시각을 다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어빙고프먼의 스티그마(stigma, 낙인)는 불명예, 수치를 나타내는 속성을 가리키나 그 속성 자체보다는 관계」를 나타내는 어휘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그의 첫 모습을 보고 그가 속한 범주와 속성 즉 그의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첫 모습에서의 사회적 정체성을 예측하고, 나아가 이를 규범적 기대로 전환하며, 심지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에게 부여하는 개성은 회고적으로 기억을 통해 부여한 가상적 사회 정체성(a virtual social identity)과 개인이 실제로 지니고 있다고 확인되는 범주와 속성인 실제적 사회 정체성(a actual social identity)에 있어서 차이(Gap)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속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단서가 나타나면 그의 존재는 우리 마음속에서 건전하고 평범한 인격체에서 더럽혀지고 무시되는 인격체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즉 그러한 속성의 불명예 효과를 낙인이라고 지칭할 수 있습니다. 낙인(stigma)을 가상적 사회 정체성(a virtual social identity)과 실제적 사회 정체성(a actual social identity)의 차이(Gap)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상적 사회 정체성과 실제적 사회 정체성 사이에 특수한 괴리가 형성되며, 어떠한 정형화된 유형에 대해 가진 우리의 고정관념 즉 우리의 기대치와 일치하지 않는 속성들만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조제를 보는 비장애인의 시각은 가상의 정체성일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조제의 실제 모습이 아닌 첫 모습에서 그려지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조제의 모습을 본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이 사는 할머니 조차 조제를 고장 난 손녀라고 이야기하며 ‘너는 망가진 몸이야!, 망가진 몸에는 망가진 몸으로서의 분수가 있는 거야!’ 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이 오면 다락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츠네오의 비장애인 여자 친구도 조제를 찾아가 ‘장애인 주제에 내 남자친구를 빼앗다니뭐하자는 거야’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실제 조제의 모습은 할머니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프랑스 사강의 소설을 사랑하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할 줄 아는 용감한 여성입니다. 심지어 요리실력도 뛰어나고 유머도 탁월하며 고아원에서 함께 지낸 아이가 엄마 타령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엄마가 되어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여성입니다. 비장애인 가진 장애인에 대해 가진 선입견과 편견 이 두 마리 (견)을 없애야 합니다. 츠네오처럼 조제를 만나 실제로 밥도 먹고 함께 놀러도 가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장애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장애에 대한 이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론으로 하기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가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임파워먼트: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의 변화

  영화의 큰 흐름은 비장애인 청년 츠네오가 장애여성 조제와 사랑에 빠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결국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과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 관점에서 조제의 인권은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가득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 큰 여성을 할머니가 유모차에 태우고 다녔으며, 집안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동내에서는 도움을 주기보다는 유모차를 공격하는 사람도 있고 쓰레기를 버려주는 조건으로 조제의 몸을 만지는 파렴치한도 있습니다. 그래도 츠네오가 나타나면서 모든 문제가 한방에 해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츠네오도 떠나고 홀로 남은 조제는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혼자서 살아가는 조제는 더 이상 이전의 조제가 아닙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본인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 타고 다니며 장도 보고, 혼자서 음식도 만들어 먹고 깨끗하게 집도 정돈하며 잘 살아갑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항상 도움을 받는 존재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조제는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놀라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제가 의연한 태도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묵묵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조제는 처음에는 집안에서만 갇혀 지내는 것을 운명으로 알고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츠네오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낮에 밖으로 나오고 본인이 원하는 사랑을 표현하며 삶의 주인공으로 변해갑니다. 

  스스로 자신은 무능력하고 숨어서만 지내야 하는 존재로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은 귀한 사랑받는 존재이며 스스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행동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조제의 처음의 삶은 할머니가 조정하는 삶이며 치료와 동정의 대상으로 본인조차 보았다면 시간이 흘러 나중에는 본인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조제가 사회복지에 의존하거나 다른 이의 도움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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