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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Jan 29. 2023

메리앤맥스(Mary and Max)

서로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었던 베스트 프랜드 메리와 맥스

  8살의 메리는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며 친구도 없이 혼자서 지내는 여자아이입니다. 메리 이야기를 먼저 하면 이마에 초콜릿색의 큰 반점이 있는 외모적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평생을 티(tea)백에 줄을 다는 일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알코올 중독에 도벽이 있는 어머니 밑에서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하는 소녀입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타자인 어머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는 어머니를 모델화해서 발달합니다. 메리의 어머니는 제대로 된 양육자로서 역할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안정감과 애정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항상 결핍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메리는 우연한 방법으로 채울 수 있게됩니다.  어느 날 우체국에서 미국 뉴욕의 주소록 보던 중 미국인 맥스 제리 호로비츠 라는 이름을 찾아내 무작정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 ‘펜팔’을 통해서입니다. 메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인물 맥스를 만나게 됩니다.      


  이제 두 번째 주인공 맥스는 뉴욕에서 살아가는 44세 중년에 비만인 무신론자 유대인입니다. 맥스는 메리의 편지를 받고 맥스는 공황발작을 겪을 정도로 힘들어합니다. 맥스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아스퍼거 증후군입니다. 영화에서는 맥스가 본인의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신경생물학적인 발달장애(neuro biological pervasive, developmental disability)라는 공식적인 표현을 먼저 하며 본인은 장애라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고치고 싶지도 않다고 합니다.

  본인의 특징에 대해 말합니다. 첫째, 언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입니다. 자리에 앉으세요-직역하면 자리를 가지라(Please take a seat)을 단어 그래도 받아들여 의자를 가져갑니다. 두 번째,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 얼굴 표정을 보고 알기 어려울 때 자신이 만든 표정 책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과민증에 시달리고 매우 서투릅니다. 네 번째는 문제를 해결하기를 좋아합니다(영화에서는 큐브를 엄청난 속도로 맞추어 박수받습니다). 다섯째,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의사는 내 뇌에 결함(defective)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느 날 내 장애를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되어도 본인은 고칠 마음이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장애나 결함을 가진 사람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장애에 대해 새로운 표현으로 명명합니다. 나는 아스피(Aspie)입니다. 본인의 장애를 고치려는 것은 마치 내 눈 색깔을 바꾸려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바꾸고 싶어 합니다. 울어야 할 때 울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키우던 물고기를 보내는 상황에도 울 수 없는 모습이 나옵니다). 아무리 쥐어짜도 울 수 없습니다. 심지어 양파를 썰어서 울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맥스의 이야기를 통해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징을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은 맥스 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함께할 때 매우 쉬운 표현을 써야 합니다. 그 사람이 잘 이해했는지 확인도 해주어야 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읽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과 기분과 관련된 관계와 상황에서는 더욱 잘 표현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일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과민하고 당황하기 쉽기 때문에 일정한 패턴을 잘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루의 일과와 한 달의 일과 그리고 익숙한 공간, 익숙한 사람 등등 일정하고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점으로 매우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맥스는 여러 직업에서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결국 쫓겨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평범한 일상의 삶을 잘 살았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맥스는 자신에게 맞는 완벽한 일로 설문조사 일을 찾았습니다. 캔 음식을 먹고 평가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함께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려고 애써야 합니다. 또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해서 슬퍼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내면의 아픔과 슬픔을 외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그 내면의 아픔과 슬픔은 더 아프고 슬플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영화에서는 매리가 자신이 흘린 눈물을 모아 ‘맥스의 눈물’이라고 라벨을 붙어 맥스에게 보내줍니다. 맥스와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메리와 같이 대신 눈물을 흘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함께 울고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맥스가 만약 어린 시절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44세의 맥스의 삶은 조금은 더 편안해졌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자폐인은 2021년 12월 기준 총 33,650명입니다. 40대 미만이 33,219명(98.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40대 이상 자폐인이 없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 그러한가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인의 장애 등록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지적장애를 동반한 경우 대부분 지적장애로 장애등록을 하였습니다. 자폐성 장애로 등록되었어야 하는 사람이 자폐성 장애인이 아닌 다른 장애로 등록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아예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자폐 자녀를 양육한 어머니가 쓴 책에는 자폐 자녀의 지능이 정상이라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못해 자녀가 군대에 입대했다고 합니다. 자폐 자녀가 군대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폐인이 다 되어 돌아왔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적고 있습니다(유영아, 1997).

  ‘고작 평균 23세, 56세에 사망... 자․타살 시달리는 발달장애인’이라는 제목의 기사(2022.10.4. 한국일보)는 자폐인의 평균 사망연령을 23세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특히 문제행동이 심한 자폐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겠으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평균 사망연령이 23.8세(2020년 기준)라는 제시는 과연 진짜 그러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폐성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자녀가 24세를 못 넘기고 죽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서는 사망 관련 통계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인은 2020년 26명이 사망했으며 평균 사망연령은 23.8세로 나타났습니다(국립재활원, 2020). 2018년 기준 자폐인의 사망 시 평균 사망연령은 25.1세인데 중요한 것은 자폐인 전체의 평균 연령이 17.9세로 매우 낮다는 점입니다(국립재활원, 2022). 3만 명이 넘는 자폐 인구 중 2019년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26명이었습니다. 26명의 사망 자폐인의 평균 사망연령을 전체 자폐인의 평균 사망연령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추정컨대 중년기 이후 자폐성 장애인이 다른 유형의 장애로 등록되어 있거나 장애등록이 되지 못한 자폐 인구가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이에 지금 통계에서 보이는 수치는 정확한 자폐 인구를 반영한 수치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면, 메리가 맥스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맥스를 대상으로 쓴 논문이 크게 성공하여 기쁜 마음으로 맥스에게 책을 보냈지만, 맥스를 자신이 친구가 아닌 대상이었다는 생각에 불같은 화를 참지 못하고 타자기 M자를 뽑아 편지를 보냅니다. 메리는 본인의 유일한 친구인 맥스에게 절교당하고 절망 속에서 살아가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가운데 자신의 마지막 연유통에 ‘I’m sorry’라 맥스에게 보냅니다. 그 편지를 받은 맥스는 미안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고 용서한다는 답장을 보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을 결심한 메리가 이를 실행하려는 순간 천만다행으로 그 편지가 도착한다. 다시 삶의 희망을 품게 된 메리는 1년 후 호주에서 뉴욕으로 맥스를 만나기 위해 갑니다(영화에서 맥스는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맥스의 마지막 모습은 평안함 그 자체였으며 천정은 메리가 보낸 편지로 도배가 되어있었습니다. 아마 맥스는 죽는 순간에 메리라는 인생 친구를 생각하며 편안하게 인생을 마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맥스가 메리에게 쓴 편지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너를 용서해하고 말하며, 그 책을 받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에 대해 씁니다. 그리고 용서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합니다. 완벽하기 않기 때문에 메리를 용서한다고 말합니다. 메리도 완벽하지 않고 나도 완벽하지 않고 모든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어야 함을 말하며 사마귀마저도 우리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친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맥스는 메리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그리고 메리가 맥스인 나를 선택해 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합니다. (닥터 버나드가 말하길) 인간은 누구나 매우 긴 길을 걸어간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포장된 길(paved)을 걸어가고 나와 같은 사람은 깨지거나(cracks), 바나나 껍질이 있고 담배꽁초가 가득한 길을 걸어간다고 말합니다. 아마 메리의 길도 나의 길과 같이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어느 날 우리의 가는 길에서 서로가 만날 수 있게 되고 우리는 서로의 음료를 서로 나누어 마실 수 있게 되었다고 삶의 위안을 줍니다. (끝으로 말합니다) 당신은 나의 최고의 친구이고 유일한 나의 친구입니다(You are my best friend. You are my only friend) 

당신의 미국 펜팔 친구 맥스 제리 호로위츠]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옵니다. 우리가 어떠한 모습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메리의 아버지처럼 평생 단순하게 티백을 만드는 일만 하고 삶의 의미도 모른 채 살다 죽었던 모습인지, 메리 엄마처럼 잠시의 낙으로 술과 도벽에 의지하며 살고 있는지 아니면 주인공 메리의 모습인지, 메리의 인생 단계에서 어느 단계에 있는지.. 어린 시절 왕따당하며 고독한 가운데 있는지 젊은 시절온 열정을 쏟아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지... 믿었던 모든 것으로부터 배신당해 자포자기 상태의 모습인지... 아니면 진정한 베스트 프랜드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진정한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맥스의 편지에서와 같이 부모와 자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으나 친구는 선택하고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길에서 먹던 음료도 편하게 나누며 인생의 깨지고 미끄러지고 지저분한 길을 같이 걸어가며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는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맥스의 목소리는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명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Philip Seymour Hoffman)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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