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나눈 이불에 담긴 마음 속 메세지
서아에게는 애착이불이 두 개 있다.
‘분홍이불’과 ‘토끼이불’.
똑같은 소재, 똑같은 크기.
아기 때부터 돌아가며 덮어주었지만, 어느 날 서아는 분홍이불을 간택했다.
그날 이후로 줄곧 분홍이불만 찾았다.
그건 서아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엄마를 대신해주는 물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토끼이불이 다시 서아의 세계에 등장했다.
이제는 두 이불 중 하나만 있어도 잠들 수 있을 만큼, 둘 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토끼이불은 엄마 거야.”
서아가 말했다.
처음엔 빌려주는 건 줄 알았다.
잠깐만, 오늘만, 임시로.
그런데 아니란다.
“그건 엄마 꺼야.”
어느 날, 분홍이불이 더러워져서 빨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낮잠을 자려고 하던 서아에게 토끼이불을 대신 주려 하자,
서아는 울면서 말했다.
“그건 엄마 꺼야…”
아무리 같은 소재의 이불이라 해도,
서아에게 토끼이불은 ‘엄마 몫’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나는 서아의 마음을 다독이며 천천히 설명했다.
“오늘은 분홍이불을 빨아야 하니까, 엄마 거 토끼이불을 잠깐 덮고 자도 괜찮을까?”
그렇게 한참 마음을 추스린 서아는 결국, 토끼이불을 덮고 조용히 낮잠에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깬 뒤,
말끔히 빨려 나온 분홍이불을 다시 보자,
서아는 자연스럽게 분홍이불을 덮고, 토끼이불은 내게 주며 말했다.
“이건 엄마 거야.”
나는 얼떨떨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찡했다.
언제부턴가 이불이 ‘엄마의 대체물’이 아니라,
‘엄마와 나의 관계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바뀐 것 같았다.
이불 하나씩.
서아는 자기가 분홍이불을 덮고,
나는 토끼이불을 덮기를 원했다.
같은 것을 하나씩 갖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듯했다.
그리고 요즘엔, 내가 저녁에 먼저 침대에 누워 있으면
서아가 두 이불을 꼭 안고 방으로 들어온다.
자기 품에 든 분홍이불과 토끼이불을 펼쳐놓으며 말한다.
“토끼이불은 엄마 덮어.”
그 모습에 나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건 단지 이불을 나누는 행동이 아니라,
서아가 엄마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다 지친 내게,
“이젠 엄마 차례야”라고 말해주는 듯한 따뜻한 순간.
농업박물관에 가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물고기 잡는 채 두 개.
초록색은 서아 것, 분홍색은 엄마 것.
서아는 둘을 꼭 붙잡고, 다른 아이가 손대지 못하게 곁에 두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많아지고 한 아이가 분홍색 채를 빌려달라고 했다.
나는 "여긴 여러 아이들이 같이 노는 곳이니까, 엄마는 어른이라 여유가 있을 때만 사용하는 거야"라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서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꼬리가 살짝 내려간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 채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엄마와 나만의 무언가’였을 것이다.
엄마와 똑같은 걸 하나씩 갖고 있다는 것이,
서아에게는 안심의 증표였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전한다.
“이건 내 거, 이건 엄마 거”라고 나누어주며
자신과 엄마가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표현한다.
나는 그것을
분홍이불과 토끼이불 사이에서,
채 하나씩 꼭 쥐고 있는 작은 손 안에서 느낀다.
같은 걸 하나씩 나누어 갖는다는 건,
엄마와 나를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다는 증거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소중한 표현이다.
서아는 지금,
엄마를 자기 안에 꼭 붙들고 있던 단계에서
‘내 옆에 있는 사람’으로 재위치시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불 하나씩, 채 하나씩.
우리는 그렇게 관계를 배우고, 지키고, 연결해간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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