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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라 Dec 17. 2020

무기력함을 이기는 방법.

 무기력함을 이기는 방법이 있을까. 나만 모르는 걸까? 누군가는 알고 있을까. 글쎄.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만 그것을 이기려고 하며, 지낼 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스로 생산적인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전의 나였다면, 무기력함을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무기력해진 이유가 있을 거라며, 그냥 푹 놓고 쉬었다. 하루 종일 뒹굴거리기도 하고, 유튜브와 함께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밤낮이 바뀌고, 다시 또 그걸 바꾸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이런 과정을 올해 벌써 몇 번이나 겪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것도 지금이 아니면 못하겠지만, 여러 차례의 무기력함에 얻어맞으면서 나만의 방법이 몇 가지 생겼다.


 보통 나에게 무기력의 신호는 전날 밤에 온다. 자려고 누웠을 때, 내일 뭔가 하기 싫은 날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 알람을 무조건 맞춘다. 일찍 일어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더 늘어지지 않기 위함이다. 그리고 다음 날 할 베이킹 레시피를 찾아본다. 그러면 쿠키를 구울 생각에 조금은 신이 난 상태로 기상한다. 그렇게 조금씩 무기력의 신호를 모른척하며, 부엌으로 간다. 순조롭게 쿠키를 굽고, 일상으로 돌아온다면 간단하게 끝난 편. 하지만, 부엌에 갔는데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우선 커피를 내린다. 집 앞 카페에 가서 사 올 때도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적기만 해본다. 많은지, 적은지, 일정이 빠듯한 게 있는지 체크하는 정도. 써 놓고, 커피를 마저 즐긴다. 할 일 리스트를 째려보면서. 째려보다 보면, 웃기게도 하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오늘은 포기하는 마음으로 침대로 간다. 그냥 받아들이고, 쉬고 싶을 때까지 쉰다. 그러다 보면 낮잠을 자고 나서나 저녁 늦게 다시 책상에 앉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포기하는 마음. 뭔가 해야 할 일 들이 떠오르고,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쉬는 게 아니라, 오늘은 없는 것처럼 쉬어야 한다. 그래야 늦게라도 무기력을 이기고, 책상에 앉게 된다. 나의 경우엔 이러하다. 오늘은 마지막 단계까지 왔던 날이다. 10시가 넘어서 책상에 앉았지만, 어떠한가. 오늘이 다 가기 전에 할 일을 시작한 나에게 박수를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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