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유병삼 교수님
수강생들에게,
모두들 한 학기 동안 애써 공부하느라 수고들 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하여 더 나은 미래에 대비하길 기원한다.
우선 개강 때 언급했듯이 학점이란 반드시 실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제도(rule of the game)이기에 좋든 싫든 거쳐야 되는 과정이다. 잘 나왔다고 자랑할 일도 아니고 못 나왔다고 절망할 일도 아니다. 다만 겸허한 자기 성찰은 꼭 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으니까. 인생은 긴 마라톤이고 한 구간을 잘 뛰었거나 그렇지 못했다거나 하는 것이 승부를 결정짓지 않는다. 다만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자주 생각해 보고 대안을 마련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게 매우 중요하다.
여러분은 적어도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제법 공부 좀 한다는 소릴 들었을 것이다. 대부분 반에서 일이 등은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예전에는 잘한다는 소릴 들었던 사람 중에 필연적으로 꼴찌가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니… 내가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때도 아마 있을게다. 좌절과 열등감의 그림자가 서서히 스며들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는 지경이 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읽고 나면 뻔할 이야길 수 있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내 나름대로 적어보련다. 나 역시 공부를 잘한 사람이 아니기에 이런 글을 적기가 겸연쩍고, 과연 여기에 적는 얘기가 최선인지도 모른다. 그냥 읽어보고 나름대로 자신의 방식을 찾기 바란다.
첫째, 겸허해져라. 내가 공불 않아 그렇지 일단 나서면 나도 저 녀석들 만큼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실행에 나서지 않으면 공허한 환상일 뿐이다.
둘째, 적극적으로 세상에 다가가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구건 후배건 찾아서 묻고 토론해라.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칭찬하는 일도 열심히 해라.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나, 논리적인 토론의 상대가 많이 생길 게다.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세상이 저절로 나에게 오지 않는다. 내가 적절히 손해(?) 보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 어렵다. 교수나 조교에게도 열심히 질문해라. 물론 예의를 갖추어.
셋째, 공부는 예습과 복습이 필수이다. 바빠서 예습을 못하는 경우는 생기더라도 복습을 안 하는 경우가 생기면 안 된다. 복습은 강의 후 가장 빠른 때에 해야 한다. 일주일 지나고 열흘 지난 후 하는 복습은 이미 많은 내용이 회복 불가능한 때가 된 상태이다. 신속히 복습하여 노트의 내용이 스토리가 짜인 상태로 이해되는 지를 확인하고 강의시간에 미처 적지 못한 내용을 보완해 두어야 한다. 강의 때 건너뛴 내용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신속한 복습은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강의에 따라 다르겠으나 학부의 경우 대개 삼십 분 정도면 족하다. 나중에 하게 되면 같은 내용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복습할 때는 내용의 흐름이 이전의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확인하여 전체의 흐름을 잡고, 그리고 세세한 부분을 공부해라. 큰 줄기가 먼저이되 가지도 세세히 챙기도록 노력해라.
넷째, 생각해라. 강의내용만 이해하고 외우려 하지 마라. 항상 스스로 “왜?”를 묻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하도록 노력해라. 시간이 좀 더 걸리겠으나 지식을 훨씬 충실하게 해 줄 것이다. 좋은 친구와의 토론도 도움이 꽤 될 것이다.
다섯째, 과거의 사슬에 얽매이지 마라. 예전에 나보다 잘하던 사람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나보다 잘할 것이라고는 생각 마라.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지식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쌓아나가며, 이런 경우는 어찌 되고 저런 경우는 어찌 되나를 계속 생각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여섯째, 생각을 발표하고 질문하기를 어렵게 여기지 마라. 망신을 당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작은 망신을 두려워하면 쪼그라든 인생 말고는 남을 것이 없게 된다.
대체로 이상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공부하는 법이다. “교수님은 그렇게 하셨나요?”하고 묻지 마라. 비생산적인 일이다.
마지막으로 …
항상 싱글싱글 웃고 밝게 살아라.
복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