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인연
나는 가끔 당신의 유년기가 궁금했다. 멈춰있는 사진이 아닌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말이다. 당신의 유년시절을 실제로 본다면 모든 행동들이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신과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다는 게. 내가 너무 젊거나 늙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접점이 없어서 힘들었을 거라고.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에게 인연이란 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우리는 친구로서 현실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만날 뿐이라고. 결국 누구를 만나든 간에 활동반경에서 가장 괜찮은 사람을 고르는 것을 요즈음에는 사랑이라고 칭한다고 했다. 그건 너무 슬프다고…
내 말에 당신이 무어라 말을 꺼냈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말이라면 모두 기억하고는 했는데 참 이상하다. 기억하기 싫었던 걸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당신의 생각을 물어보고 싶다. 그럴 일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시대에 이뤄지지 않는 인연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부족해서라는 변명밖에 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