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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로사 Sep 15. 2023

"바비가 웃고 있어"

19살 바비가 기쁨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



해 질 녘 날씨가 좋은 저녁에는

누나랑 산책을 하곤 했어요.

신나게 동네를 돌면서 보내는

저녁시간은 너무 행복해요!

그런 순간에는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누나가 내 마음을 다 알 수 있겠죠?


나는 그럴 때 누나에게 말해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누나도 나만큼 나처럼 행복했으면 ‘


길을 걷다가 산책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

걸으면서 엄마랑 아빠를 보며 웃기도 해요.

근데 친구들 엄마랑 아빠는 앞만 보더라고요.

다른 친구들도 아마 나처럼 행복하다고,

얘기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산책할 때 우리 얼굴도 봐주세요.





그리고 이건 우리 누나가 해준 얘긴데요.

어느 날 카페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

유난히 무심한 얼굴로 앞만 보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산책 장면을 봤대요.


잰걸음으로 산책을 리드하는 보호자는 앞만 보는데,

그 친구는 엄마 얼굴 얼굴 한 번 보고,

앞도 번갈아 보며 웃으면서 산책하는 모습을 봤대요.

한 번이 아니라, 앞을 지나가는 내내

반려견은 앞과 보호자의 얼굴을 수시로 바라보더래요.




그 후로 산책할 때는 누나는,

바비의 얼굴을 자주 보려고 한대요.

걷다가 갑자기 누나가 쭈그려 앉더니

이 사진도 찍어준 거예요.


누나는 나한테 물어봐요.

바비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우리 누나는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바비한테 잘 반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물어봐요.




그래서 예전에 그런 말을 했어요.

'바비야, 어디 아픈 곳이 있으면 와서,

네가 아픈 데를 날 물어, 살짝만 물어'

평소에 엄마가 야단치거나 그럴 땐 못 알아듣는 척을

좀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나 봐요.

바비누나는 그걸 바로 알아봤고,

옆에 있는 누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다가

눈에 눈물을 보고, '뭐지? 말 알아듣나 봐?'라고 했어요.

나한테 그런 말을 해준 건 처음이라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 기분 좋고 그럴 때는

누나에게 웃음으로 표현해요.

같이 있어서, 함께 걸어가는 시원한 저녁 바람도

따뜻한 햇빛도 너무 행복하다고!

저 날의 표정이라면,

우리 누나가 알아차릴 만큼 기분이 많이 좋아 보이죠?

오늘도 얘기 들으러 와줘서 고마워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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