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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me Dec 21. 2020

이탈리아로 떠난 엄마의 회갑 여행

- 프롤로그 : 왜 이탈리아? 그리고 떠나기 전의 고민들

사실, 20대 초반의 저에게는 여행이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언제 비행기 탈 일 없나, 들숨에 비행기표 가격 검색 날숨에 호텔 가격검색을 하는 접니다만, 대학생 때와 사회 초년생일 때에는 여행은 큰맘 먹고 가야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생일 때 유럽 배낭여행을 가던 다른 친구들과 달리 저는 부모님께 손을 벌려서 여행을 가고 싶지는 않았고, 그저 운이 좋게 학교를 통해 의료봉사활동 겸, 영어 배울 겸 필리핀의 자매학교를 방문했던 것 뿐이었죠. 제게 여행이란 'MT(안 좋은 식당같은 숙소에서 1박 2일 먹고 토ㅎ...ㅏ...기... )' 그 어드메의 것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놀지 않고 첫직장에 무사히 입사를 하고 맛 본 여행의 참 맛은 참으로 달콤하고, 시원하고 또 톡톡 쏘는 중독성이 있어서 이제는 거의 매년 한 두번은 해외로 여행을 다닙니다(월급은 모두 하늘 나라로...)

7성급 호텔이라는 '버즈 알 아랍' 식당 혼자 예약해서 혼자 밥 먹은 사람(진짜 다시 하라면 못할듯...)


다만, 저는 누군가와 함께 다니는 여행보다는 혼자 여행을 다니는 편이었기 때문에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장착하고 좀 더 많이 공부한 뒤 여행을 다녔습니다. 여행서적을 제외하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같이 읽으면 좋을 것들 등등 못해도 5~6권은 읽은 뒤에야 여행을 떠났으니까요. (다른 나라의 미술관과 유적지를 둘러보기 전에,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고유의 것 그리고서울에 사는 제 주변의 것들과 비교하기 위해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서울편'은 사실 거의 매번 읽습니다.)


사실 그래서 이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제가 그렇게 준비했던 여행에 대한 지식들이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 첫번째 입니다. 두번째로는 조금이라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추억팔이를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여행의 준비와 여행의 회상도 여행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 또 다른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떠나는 여행...

사실 저희 모친께선 저보다 더 강려크한 체력을 갖고 계시죠. 지리산을 종주하신다던가, 설악산을 종주하신다던가, 설산 트래킹을 하신다던가 하는 뭐 그런 엄청난 분이십니다.

게다가 사실 엄마 자랑을 째끔 더 하면 동안이셔서, 60이 되시는 그 해 1월 1일에 전화드리며 "오예!!! 60대!!!"하고 소리쳤다가 엄마가 대충격을 받으시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60 노모라는 사실을 굉장히 잘 유용하게 사용하시고 계시죠). 아무튼! 그런 어머니가 또 한 해가 지나 회갑이 되어 저는 엄마가 엄청나게 가고 싶어하던 나라 중 하나인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빅픽쳐를 그리고 이탈리아를 가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5월에 황금연휴가 있어서 그 때 혼자 다녀온 이탈리아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날 12월에 알 이탈리아 항공사에서 하던 할인행사를 발견하게 된 거죠! 그래서 냅다 세 장(아빠, 엄마, 나 - 동생몬은 연말에 바빠서 당연히 못간다고 생각) 예약을 걸어놓고 대망의 D-day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부지께서 아무래도 제가 비용을 부담하는게 부담이셨던지 결국 결제 시점에서 다음에 같이 가겠다고 여행을 고사하셨고(이때 정말... 후...) 결국 저와 엄마 이렇게 둘이서만 크리스마스부터 신년에 걸쳐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피렌체 성당 두오모에서 찍은 조토의 종탑

왜 이탈리아?

라고 물으신다면 사실 좀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합니다.

항공사의 할인도 할인이지만 첫째 엄마의 체력(중요!), 둘째 가고 싶었으나 못가셨던 곳(엄마의 니즈, 고객님은 제게 소듕하니까여)이어야 했고, 마지막으로 여행지에 대한 엄마의 이해도가 주요 고려 요인이었습니다. 엄마는 천주교이셨기 때문에 천주교 교리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가 있으신 분이었거든요(참고로 저는 개신교). 그리고 겨울이면 비가 오는 영국은 아무래도 엄마를 모시고 걸어다니는 자유여행은 힘들다고 판단했고, 또 엄마가 영화 '벤허'나 '글레디에이터'를 엄청엄청 좋아하셔서 이탈리아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하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어서 바티칸에서의 미사도 기대하셨구요.


그리고 그 해, 5월에 저 혼자 떠났던 이탈리아 여행이 무척 좋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이탈리아는 굉장히 방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음식, 공예, 자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못본다고 판단해 '르네상스'만을 테마로 잡고 여행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꼭 '기독교'나 '음식', '패션/스포츠', '자동차' 등의 테마를 가지고 나누어 봐야겠다고 다짐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두 번째 이탈리아 방문기회가 찾아왔던 거죠.


덕분에 로마나 피렌체의 왠만한 동선은 머릿속에 꿰고 있었고(주로 걸어다님), 저 건물이 대략 무슨 건물인지는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생각보다는 편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엄마랑 다니면서 힘든건 없었나요?

이런 책이 있어요.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아니라 '걸어서 환장속으로(저자 : 곽민지, 출판사 : 달)'...

 

아무리 저와 엄마가 잘 통한다고 하더라도 따로 살아온 시간과 가치관, 선호도, 취향 등이 달랐기 때문에 여행을 가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합을 많이 맞췄습니다. 심지어 저와 엄마는 따로 산 지 10년이 넘었거든요! 고등학교 때도 2년 정도는 학교 기숙사에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입맛도 다르고(저는 수박을 좋아하지만, 엄마는 싫어하는... tmi)생활 패턴도 무척 달랐어요.


그래서 각자 여행지에 가서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각자 이건 하자, 이건 하지 말자를 정했는데 주로 '이걸 꼭 했으면 좋겠다!'를 이야기 하니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엄마에게 전해준 꼭 해야할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레스토랑에서 하우스 와인 시켜서 식사 때 한 잔씩 마시는거 허락해 주세요(엄마는 술 못드심)

2. 베니스에 가서 유리 만년필 살거에요(엄만 예쁜 쓰레기 싫어하심)

3. 트래비 분수 앞 식료품 가게에서 발사믹 살거에요(짱맛! 시음하고 살 수 있음)

4. 아침에 바(bar)에서 에스프레소 마실거에요(엄마도 커피 좋아하심)

5. 여행하다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기.(중요)


제가 아무래도 가장 우려된 것은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계속 이동을 하며 고갈되는 엄마의 체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서 사람은 긴장하기 마련이고, 그러면 더욱 체력 소모가 크니까요. '60대 노모'를 모시는 저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여행을 마치는 것이 목표라 힘들면 꼭! 이야기를 해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습니다.


결국 피렌체에 도착하는 날 엄마는 체력 비축을 위해 숙소에서 쉬셨고, 저는 5월에도 못가보고 이번 엄마와의 여행에서도 배재되었던 미드 한니발 투어를 ... 진행했읍죠... 비가 와서 더욱... 음침하고 좋았던 한니발 투어...(히히)


(좌) 제가 찍은 사진 (우) 미드 한니발에서의 윌과 한박사님


엄마가 제게 주신 리스트는 이거였어요.

1. 교황님의 크리스마스 축사 보기

2. 콜로세움에서 인증샷 찍기 (벤허 매니아)

3. 한국음식 싸가기 (입맛이 아무래도 한식...)


먹는거야, 저는 원래 이탈리아 음식을 더 자주 해먹기도 했고(파스타가 생각보다 해먹기 쉬워요) 한식을 엄청 선호하는 편도 아니었지만, 엄마는 완전 한식 입맛이셔서 엄마가 따로 말씀하지 않아도 누룽지랑 김치, 라면을 싸가려고 했었습니다 (특히, 여행 중에 누룽지 덕분에 엄마는 엄청 행복해 하셨어요. 개운하고 속이 풀리는 느낌이라며).


여행 코스의 경우에는 둘 다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기독교와 관련된 여행지를 많이 가보고 싶어하셨고, 저는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여행했으니 이젠 기독교를 중심으로 여행을 할거라고 마음을 먹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아서 코스를 짜고, 엄마가 힘들거 같다 안 힘들거 같다 확인을 해주는 형태로 확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둑흔둑흔 여행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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