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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me Jan 26. 2021

이탈리아로 떠난 엄마의 회갑 여행

- 5편 : 3일차 바티칸 투어 (오전)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뒤로 하고 맞이한 로마에서의 2일차바티칸 투어였습니다.

바티칸 박물관은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365일 몰려오기 때문에 늘 언제나 외국인 가득한 명동이나 홍대거리를 걷는 것 같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옥타비아노역에서의 미팅도 꽤 이른시간인 7시 30분쯤이었습니다. 어짜피 동네(?)라서 늦지 않게 가 출석체크를 한 엄마와 저는 다시 역 위로 올라와서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Bar에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한 잔 후루룩 마셨습니다.


엄마는 원래 커피를 연하게 드시는데, 제가 그냥 에스프레소를 시키는 것을 보시더니 "나도, 나도!"하셔서 나란히 한 잔씩 했지요. 엄마의 감상평은 "몹시 쓰나, 뒷맛이 좋군."이었습니다. (엄마는 이후 2년 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커피를 한 잔 하고 다시 투어 그룹과 합류한 우리는 바티칸으로 향했는데, 역시 몇 달 만에 찾은 바티칸은 변함없이 사람이 버글버글 했습니다.


늘 언제나 사람이 많은 바티칸 박물관 앞

사진에서 보이는 저 바티칸의 돌담 아래에는 흰색 선으로 국경이 표시되어 있는데요, 거길 밟고 남모를 뜻깊음에 심취하다 가이드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다양한 로마와 관련된 정보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들어가면 아마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며 '천지창조'로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기다리기를 한참, 드디어 바티칸에 입국했습니다.


보안검색대에 통과해 짐검사를 하고, 바티칸의 보물들을 관람하는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입장했습니다. 너무 무궁무진한 작품들이 많아서 몇 가지 인상깊은 것들만 소개한다면 먼저 조각들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차원 평면의 회화작품도 실제 보는 것과 사진이 몹시 다르지만 3차원 공간의 조각들은 위도와 시간에 따라 표면을 타고 흐르는 빛의 흐름, 실제 역동적인 모습과 크기 및 조각미술의 재료에 따른 질감 등 2차원 평면화와는 정말 '차원'이 다른 매력을 선사하죠.

상상보다는 크기가 작았지만, 실물이 더 역동적인 라오콘

라오콘 상의 경우, 라오콘의 저 절망어린 표정과 뒤틀린 표정이 정말 강렬했습니다.


- 저 가슴에서 배로 이어지는 근육 라인을 보세요!

- 갈비뼈 사이사이의 근육을 보세요!

- 저 팔꿈치 인대랑 근육이랑 뼈 모냥을 보세요!

- 라오콘의 저 자세를 해보세요!

- 조각 전체의 구도를 보세요!!

- 근육 사이사이 등 조각 자체의 입체감을 통한 빛의 음영이 보이시나요?

- 저 사람 체지방량이 얼마일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저 입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 신음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음소거인지! 그것도 아니면 뱀독에 마비되어서 저 입모양이 된 것인지!

- 깔려있는 천의 주름을 보시라며!!


크으.....

그에 비하몀 뱀들은 꽤 귀엽게 생겼어요. 냥! 앙! 하고 깨무는데 약간 애완동물 느낌입니다. 저 골반이 뱀 입에 다 물리지도 않아요. 귀엽지 않아요? 뱀 몸통은 기둥을 칭칭 감은 등나무 같습니다.


라오콘 상은 정말 복잡 다양한 모습를 갖고 있기 때뭄에 정말 좋아하는 조각이에요. 언제 어느 농부의 밭에서 나와서, 미켈란젤로가 보고 반했고... 이런 사실은 가이드님께서 친절히 설명해주실테니, 미술작품 그대로를 관람자 본인의 시선으로 보시면 참 재미있을 거에요. 지식을 암기하시지 마시고, 다른 전문가들의 감상 말고 내가 직접 본, 내돈내본(?) 감상을 느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라면 라오콘 상의 뒤로 못돌아들어가기 때문에 라오콘의 화난 등근육을 못보았습니다. 원래 조각은 뒷태를 감상해줘야 하는데 말이에요.(도록이나 사진에는 앞면만 나온단 말입니다!!!!)


그리고 이 라오콘 상을 둘러싼 여러 조각들과 욕탕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둘러보는 것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래의 작품을 보시면 사자의 갈기와 찡그린 눈 특히, 콧잔등이 꽤나 섬세하게 표현되어있고, 발톱으로 먹이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꽤나 디테일 하죠. 게다가 이 사자는 눈동자도 있어요!

사자의 발톱에 찍힌 사냥감의 목덜미를 보세요! 꽤 날카롭게 '콱!'하고 표현되어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공간에 '토르소'가 홀 중앙에 자리하고 있어서,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이 어떻게 인체를 타고 흐르는지, 특히 척추와 날개뼈, 뒤틀린 몸을 타고 흐르는지를 볼 수 있어서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내가 실제 작품을 보는 것인지 사진을 보는 것인지도 조금 알 수 없었지만, 노을빛에 비치는 이 토르소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르소 옆모습. 왜 저 돌덩이 위에 아슬아슬하게 몸체를 얹어놓았는지도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5월엔 저 이미지 그대로 원본 그림에 겹쳐지게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번엔 엄마랑 갔으니까 표 두 장을 같이 놓고 찍었습니다.


바티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라파엘로의 아네네 학당을 엄마와 함께 보았던 것입니다. 바티칸의 티켓에는 아테네 학당이 그려져 있는데요,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증샷은 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꼭 맞추어 티켓을 대고 사진을 찍는 것이죠! 외국인들은 그런 한국인들이 신기해서 한국인을 찍어간다는 바로 그 인증샷! 저랑 엄마도 사이즈 잘 맞춰서 각자 바티칸 인증샷을 찍고 둘이 같이 왔다는 의미로 실제 그림을 사이에 두고 티켓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정말 둘이 왔음을 실감나게 해주는 그런 순간이었어요. '엄마가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더 빨리 여행을 같이 많이 다닐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가장 귀중한 것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화(천지창조)를 1년에 두 번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은 같은 공간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입니다. 천장화도 천장화지만, 그림을 뜯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최후의 심판에 다양한 요소요소들이 많아서 행복했습니다. 이 전체적인 도안을 구상하는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에도 감탄했구요. 아마 최후의 심판 작품을 보시게 되면, 제가 지난 2편에 그린 발그림의 도상 모음집에 나와있는 성인들을 찾아보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리실거에요. 저는 베드로 열쇠가 그렇게 크게 그려진 줄 몰랐어요. (열쇠가 바주카포 만해서 깜짝 놀랐네)



확실히 단테의 신곡 이후의 그림이라서 천국과 지옥이 위아래로 나뉘어있고, 밑에 카론(저승의 뱃사공)이 죄인에게 풀스윙하려는 모습이나, 그림 안에 나와있는 인물들의 표정 머리스타일, 시선 처리, 손과 몸의 뒤틀림 등을 보시는 것만 해도 재미있을 거에요. 최후의 심판은 정말 공부 안하시고 가시고, 저 거대한 벽화 속의 인물들만 찬찬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감상이 되실 수 있음이 분명하오니 꼭! 천장화도 천장화지만 최후의 심판도 잊지 마시고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 시스티나 대성당 안은 사진촬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사진은 없습니다.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고, 정원도 돌아보고 가이드님이 주시는 꿀 맛나는 꿀 맛 같은  꿀사탕을 먹고 나면 이제 어느 정도 가이드 투어는 마치게 된 것이에요. 저랑 엄마가 예약한 투어는 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투어라서, 사람들이 당 떨어지는 것을 보신 가이드님이 진짜 꿀이 들어간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셨죠. 원래 사탕을 잘 안먹는 저도 정말 맛있게 먹어서, 나중에 슈퍼에서 따로 구매해서 한국까지 기념품으로 들고 왔습니다(생각해보면 요 여행의 기념품이 거의 사탕, 초콜렛이네요 ㅎㅎ)


그리고 드디어 입장한 성 베드로 대성당. 대성당의 입구에 들어서면 중간 중간 조개모양의 무늬가 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조개껍데기가 순례자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이신 분들께서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들어갈 때에도 그 조개껍데기를 밟으며 순례자가 된 기분을 느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해준 것은 바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였습니다. 테러를 당했었기 때문에 유일하게 보호받는 조각상이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가장 덤덤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조각상이어서 사실 저는 볼 때마다 좀 울컥 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스스로를 '돌에서 영혼을 찾아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피에타 상을 볼 때면 그 영혼을 찾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해 주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미켈란젤로는 이미 20대에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아주 매끈하고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피에타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정면에서 보는 것과 함께, 신이 하늘에서 죽어버린 자신의 아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계산된 거의 완벽한 조각상입니다. 마리아의 비율이 숨을 거둔 예수를 안기 위해 좀 크게 조각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아도 크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몰라도 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마주하게 되면 눈물이 없이도 느껴지는 슬픔의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는 피에타 말고도 무궁무진한 작품들과 보물들, 심지어 베드로의 무덤도 존재합니다. 많은 성인들이 부활을 기다리며 안식을 누리고 있기도 하구요. 그리고 성당 정면의 비둘기는 또 어찌 그렇게 성스럽게 빛나는지, 돔 천장 쪽에서 내리쬐는 햇살은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지. 성 베드로 대성당은 정말 구석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엄마께서도 바티칸의 다른 투어 장소와 달리 여유롭게 성당 내부를 둘러보셨어요. 아무래도 다른 공간은 너무 사람이 많기도 하고, 가이드님의 투어 내용을 계속 집중해서 들어야 해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친절하신 가이드님은 저와 엄마에게 본인이 직접 주요 작품의 위치를 직접 표시한 지도를 사진찍는 것을 허락해주셨는데, 핸드폰에 찍힌 그 사진을 보고 엄마와 진짜 '보물찾기'하며 이렇게 저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성 베드로 성당의 투어를 마친 우리는 마지막으로 가이드님께 맛집 추천과, 기념품샵과 우체국을 안내를 받은 뒤, 작별 인사를 드리고 몹시 뿌듯한 마음으로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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