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많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착각
한 때 멀티태스킹이 능하다는 건 직장인들에게 있어 유능함과 빠른 일처리의 상징이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데서 오는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
그런데 언젠가부터 멀티태스킹이 집중력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언급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특히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미디어 멀티태스킹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자료들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멀티태스킹이라는 개념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처리하기 때문에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다.
우리가 생각하는 멀티태스킹은 사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일을 번갈아가면서 처리하는 것으로 과업 전환(Task Switching, Task Shifting)이 맞는 개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뇌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며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을 떨어트려 오류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의식의 흐름대로 행해지는 잦은 과업 전환이나 주의 전환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원인이 되며 이런 행위가 오랜 기간 지속될수록 뇌가 지속적으로 외부 자극을 찾게 되는 도파민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과업 전환을 하면 할수록 뇌는 계속 이런 종류의 자극을 원한다는 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멀티태스킹이 결국은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다.
브레인 코치 짐 퀵(Jim Kwik)은 성공한 엘리트 10%가 하는 일은 To-Do리스트가 아닌 Not-To-Do 리스트라고 말하며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로 멀티태스킹을 꼽았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멀티태스킹이라 착각하며 잦은 과업 전환을 해왔고 어느 순간 이런 행위가 루틴이 되어버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집중력 저하의 원인으로 엄한 나이 탓만 하곤 했는데 실은 원인이 엉뚱한 곳에 있었던 거다.
일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다고 착각했던 멀티태스킹 습관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스마트 폰 사용 증가로 더욱 이 중독의 고리를 끊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TV를 보면서 왼손으로는 스마트 폰 위로 손가락 운동을 하고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밥을 먹는 1인 가구 직장인의 삶.... 전혀 놀랍지 않은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오늘 오전 중에 대표님께 보고서 보고해야 하는데..... 아 그런데 어제 본사 이메일 회신 안 하고 퇴근했지?.... 영업부 김대리가 재직증명서 요청했는데..... 화분 물도 줘야 되는데 쟤 저러다 말라죽겠다....'
머릿속으로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눈으로는 PC카톡 메시지와 인트라넷 메신저에 뜨는 동료들의 카톡 메시지를 스캔하고 있다. 책상 위 스마트폰에 표시된 인스타그램과 링크드인의 배지 알림 숫자가 늘어가는 것도 신경 쓰인다.
나뿐 아니라 모든 현대인들에게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정확도를 높이고 하루 일과가 끝났을 때 그날의 To-do리스트 속 항목들을 빨간색 펜으로 찍찍 긋는 기쁨을 누리려면 우리의 집중력을 정해진 시간에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많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내가 정한 시간에 그 일을 집중해서 끝내는 것... 그런 후에 그다음 과업으로 전환하는 것.
한 주의 마지막 근무일인 금요일 오후에 주간 To-do리스트를 확인했을 때 이것저것 건드려 놓은 일만 10가지인지 명확하게 마무리 지은 일이 5개인지....
건드려 놓은 일만 잔뜩이라면 실제 끝낸 건 하나도 없는 거다.
난 분명히 쉴 틈 없이 바쁜 한 주를 보냈는데 왜 나의 일은 줄지를 않는 걸까? 어쩌면 한 가지 일에 사용해야 할 집중력을 여러 가지 일에 분산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해당 일에 대한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하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잦은 과업 전환을 하다 보면 실제 완벽히 마무리된 일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잦은 과업 전환을 통해 내가 뭔가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정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집중력을 키우는 것이 어쩌면 당신의 불필요한 바쁨을 줄이는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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